[5귀절 반야심경 36-3] 역무노사진(亦無老死盡, 노사가 다함도 없다): 생선 쌌던 종이와 향을 쌌던 종이는 향기가 다르다
십이인연설 같은 열두 갈래의 생존 양상은 이중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무명과 행의 과거 원인 때문에 식과 명색과 육입과 촉과 수의 현재 결과로 나타나고, 또 그 다섯 가지의 원인 때문에 애와 취와 유의 미래가 생겨나고, 이것이 원인이 되어 생과 노사의 결과가 생겨나게 된다.
죽음 후에 육신은 지.수.화.풍의 사대로 변하고 영혼만이 남게 되어, 이것이 바로 새로운 생을 시작하기 전 단계가 되는 것이다. 죽음은 깊은 잠과 형태가 유사하다. 영혼은 깊은 잠 속, 즉 팔식에 잠재되어 있는 무명이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해 인연 있는 곳을 찾아 움직이는 것이다.
업식이 있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윤회를 되풀이한다. 때때로 살아 있을 동안 어떤 한 곳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영혼만 남게 되는 것이 아니라 곧 바로 물질화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평소에 애, 취, 유의 업을 잘 지어야 하는 이유다.
생선을 싼 종이는 생선이 없어져도 오랫동안 비린내를 풍기게 되지만 반대로 향을 쌓았던 종이는 끝끝내 향기를 풍기는 것처럼, 나 자신의 인연을 어떻게 잘 가꾸느냐에 따라 나 자신의 인생이 달라진다. 둥근 고리 모양의 순환 관계를 가진 십이 인연은 그 어떤 것도 시작이 될 수 있다. 반드시 무명이 첫 시작이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노사가 끝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런 이치를 알게 되는 그 순간부터 보다 낳은 꿈과 희망과 기대와 포부를 가지고 활기차게 살아가면서 계속 자기 발전을 위해 정진할 것이다.
이것이 곧 불교를 배우는 보람이다. 십이인연의 이치는 모든 사물의 인연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십이인연의 이치를 관찰함으로써 나 자신의 본질은 물론 우주의 모든 이치도 한꺼번에 깨달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보리수 아래에서 이 십이인연설의 인과관계를 이해하면서 인간의 모든 본질을 거울 들여다보듯 환히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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