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을 보면 어떤 사람은 코로나가 겁나는 듯 마스크로 눈과 귀를 가리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이념의 상징을 새겨 넣은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변종까지 나오면서 세상은 미지의 것을 다루는 지난 세기 동안의 가장 심각한 문제에 봉착했다.
유행병 초기에 세상의 지도자들이 보여준 무지, 부인, 부정은 모두 제대로 각자의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오만한 위험 무시가 대표적이지만, 우리 대통령도 감염병의 확산 위험에 무지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쉽게 말해서 중국 우한의 환자수에 비해 우리 나라에는 감염자가 얼마 없으니까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눈에 보이지 않게 전개되는 상황을 부인하면서 "모든 것이 통제된 상태"로 "독감이나 비슷하며, 정부는 충분히 통제할 능력이 있다." 말했다.
기하급수적으로 환자가 늘면서 통제 불능상태에 빠지자 갑자기 이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감염병 전문가들에게 설득당했거나 새로운 정보를 얻어서 감염병의 본질과 위험성에 대해 이해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급속 진단법이 우리 나라에서 최초로 개발되면서 선별진료소가 운영되고, 겁에 질린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협조하면서 곧 끝날,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진정될 것이라 자신 있게 공언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더 큰 유행의 확산이 반복되었다.
세상에는 항상 종류와 힘을 알 수 없는 위험이 도처에 널려 있으며, 유행병도 그런 위험 중의 하나이다. 전문가들에게 맡겨 제대로 된 통제를 하도록 해도 국민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번 맹목적 낙관주의에 기대어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약이나 다른 형태의 치료가 현실에서 우리가 감당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무시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환상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과학은 지금까지 누적된 전쟁과 다양한 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들의 상처가 된 기억들을 억제하려 노력했으며, 외상이 초래한 폭력을 잊게 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약이 없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을 위협하는 것들을 무시하거나 부인, 또는 부정할 방법을 찾는다.
사람들이 알아차림이라는 인식과 관계를 맺는 방식은 매우 맥락적이며, 사회적으로 구축될 뿐만 아니라 매우 개인적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인식을 마주하면 무지나 부인을 선택한다.
그 둘은 서로 같은 것이 아니라 서로 완전히 다르므로 지도자들은 자신이 답을 아는 사람의 자리를 탐낼 것이 아니라 알지 못하는 부분을 받아들이고, 국민들이 스스로 자신 앞에 놓인 위험을 발견하게 해줘야 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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