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이나 천당은 있든 없든 아주 세속적인 발상이다. 그것은 모든 것이 멀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 개인적으로 혼란한 시기에 자신을 되찾고, 다른 사람들이나 세상과의 관계를 명확히 하는 데 있으며, 자신의 존재와 직접 살을 맞댈 수 있게 해준다.
오랫동안 달리다 보면 모두 한결같은 내면의 변화에 도달한다. 처음에는 긴 나들이로 시작하지만, 개인적인 욕구에 맞춘 존재를 향한 순례 행사로 점차 변화해 간다. 내적 시간으로의 여정, 길 위에서의 존재의 동시성과 추억이나 계획들로의 아름다운 출구다.
달리기는 언제나 부재하는 사람들에 대한 오랜 기도이고, 유령들과의 끊이지 않는 대화의 시간일 때도 있다. 지금은 없지만 여전히 인생의 동반자로 남아 있는, 살면서 마주쳤다가 영원히 떠나갔지만 고집스럽게 기억에 남아 있는 이들과의 대화의 시간이다.
그런 내적 대화들은 달리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차분함과 유용성 속에서 선택된 영역을 갖게 된다. 어떤 침범이나 우편물이나 메일, 문자나 사람들의 요구도 없이 달리기에만 집중하면서 생각들이 명확해지는 것이다.
어떤 의식적 방어나 부끄러움이라는 보호막도 없이 마주하게 되는 사물들에 자발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면의 세계에 빠져들게 되고 가벼운 최면 상태에 빠져서 최근에 일어난 일들을 떠올리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세상의 반대편에서는 내 얼굴 피부가 긴장하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외로운 강아지가 낑낑대는 소리처럼 들려온다. 잠시 후에 그런 일들이 상대에게도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는 따뜻한 생각에 재미있어 하리라는 생각을 하며 혼자 웃음을 터뜨린다.
긴장과 웃음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마음이 편하고 가벼워지며 오늘 아침부터 시종일관 떠나지 않던 고민이 마법처럼 사라졌다. 내 마음에 깃들어 있던 것은 고통이 아니라 해방이다. 한참 후에 나는 성큼 성큼 내리막 언덕을 내려가다가 격렬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과거와 현재의 내 인생과 내 일, 내 아이들, 내 사랑, 그리고 내 우정과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경이롭고 기적적으로 여겨진다. 각각의 공간에서 다양한 계시의 지배를 받기도 한다. 달리기는 기본적인 것과의 대면이다.
물론 걷기는 역사와 사회, 그리고 문화의 영향을 받는 공간에 새겨지지만 무엇보다는 두 발을 딛고 있는 대지와 관계된다. 달리기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에 몸을 맡기면서 나 자신의 신성함의 감정을 느끼는 행동 과정이다.
태양 아래서 소나무 향을 맡고, 들판을 가로지르는 강의 구불구불한 선을 보는 감탄, 숲 한가운데에 투명한 물과 함께 버려진 자갈채취장, 오솔길을 태평스럽게 가로지르는 다람쥐 또는 수많은 수수께끼를 남기는 하늘의 새들을 만나는 자연은 최고의 풍경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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