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거나 달리면서, 또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자연 공간들은 항상 치유나 자아 회복의 선물을 품고 있다가 하나씩 나누어 준다. 사물의 엄숙함을 알지 못하다가 기적처럼 찾게 되는 최고의 선물이다.
세상과의 적절한 거리, 순간에 대한 유용성을 마련해주고, 사고와 사색이 확산된 명상의 상태에 빠져들고, 충만한 감수성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몇 시간 또는 며칠씩 이어지면 신체 수단들이 일종의 충만함에 전념하는 마비상태에 녹아든다.
달리기는 지나치게 무거워서 그 근심의 무게로 삶을 방해하는 불필요하게 자란 생각의 가지들을 잘라낸다. 보행자나 주자는 초반에는 고통에 지배되기도 하지만, 걸음을 옮길수록 그런 고통은 희석되고, 상당한 힘으로 잡고 있던 멱살도 놓아준다.
잠깐의 휴식을 통해 내면의 혼란을 진정시키고 정리하고 다시 일어서 나아가는 걷기나 달리기는 긴장의 근원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할지라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 해결을 돕는다. 그저 나란 존재를 다시 움직이게 하면서 지나친 이야기로부터 멀어진다.
세상으로부터 동떨어졌다는 느낌을 치유해주고, 그 결과 나 자신의 길을 되찾기 위해서는 한참을 내 주위로 선을 긋거나 벽을 쌓기도 해야 한다. 매일 걷거나 달리기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것을 내면의 여정, 즉 습관으로 바꾸어야 한다.
거기에 실패한다면 자신의 걱정과 불안의 굴레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일종의 내려놓기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에 실패한다면 처음 시작할 때의 멋진 꿈에 비해 지극히 사소한 결과밖에는 갖지 못하게 된다.
들이나 숲 또는 강가나 언덕, 또는 도시의 도로와 공원 위에서 한 시간이면 너끈히 무한히 멀리 나를 데려갈 수도 있고 마음속으로는 돌아가는 길에 더 분명히 볼 수 있다는 느낌과 상당한 골칫거리들을 잘라냈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거리나 범위도 내면을 바꾸는 힘의 조건은 아니며, 그 조건은 무엇보다도 개인이 그 유용하고 개방적인 시간, 오로지 자신에게만 속한 그 시간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달려있고, 자신이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발걸음을 지탱해주는 듯한 그 즐거움의 보상에 젖어든 보행자나 주자들은 무한한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세상 속에서 자기 자신에게 꼭 맞는 자리를 찾은 듯한 안락한 기분과 함께 그 동안 자신이 숱하게 세상을 앞질렀는데도 자신을 맞아준다고 느낀다.
장소나 공간들에서 발산되는 권위에 존재감은 항상 드높아진다. 삶은 결국 눈부신 증거를 갖게 되고, 주자들은 늘 다시 떠나도록 부추기는 그 지배력을 종종 느끼기도 한다. 혼자 가면서도 마음 속으로는 누군가와 함께 간다는 생각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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