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들이 잽싸게 쓸려가는 아침이었다.
나는 걷고 있었다.
난데없이 핸드폰이 울렸다.
“엠병하네, 어디야?”
참으로 황당했다.
먹고 살라고 조용히 출근하는
그 죄 밖에 없는
그것도 죄라면 죄일지는 모르겠으나
조금은 어리둥절하게 나는 왜
조용한 그 아침에
사정없는 욕을 먹어야 했는지
온 종일 머리가 아프다.
그렇다고 함부로 따지지는 못한다.
경우가 있든 없든
죽일 놈, 안 죽일 놈, 골라 죽일 놈,
하고 난리를 쳐도
가만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
눈 함부로 치켜 뜸 없이
내려 깔린 눈, 그대로 있어야 한다.
어쩌겠는가.
나는 평민이요. 자기는 실장이요. 부회장인데
끗발로 따져도 하늘과 땅이요.
아파트 높이로 따져도 나는 12층이요. 자기는 15층인데
벤츠 숫자로 따져도 나는 쪽배요. 자기는 항공모함인데
달음박질로 따져도 나는 풍뎅이요. 자기는 제빈데
뭐 하나 이겨 먹을 게 없는데
그러니 어쩌겠는가.
엠병한다, 어디야? 하고 물은 들
화장실에서 두루마리 막 풀다가도
“추 웅~ 성, 혀 엉~ 니임.”
하고
그대로 벌떡 일어나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다시
곤죽이 된 내 아랫도리를 정리해야 한다.
아~!
이 모든 것을 어쩌겠는가.
평민과 부회장님의 차이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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