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40-2]불구부정(不拘不淨) 더러운 것도 없고, 깨끗한 것도 없다 : 모든 것이 우리의 인식에 달려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어리석은 이 세상에서는 항상 깨끗함과 더러움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전도몽상이다. 천하가 다 트여 있으므로 성스럽지 않은 곳이 없으며, 특별히 더 성스럽다 할 것도 없고 부정하다 할 것도 없다. 그러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어떤 존재를 성스럽다고 거기에 숭배하더라도 거기 미혹될 필요가 없다.
부정탈 것이 없기 때문에 피할 것도 도외시하고 외면할 것도 없다. 오히려 우리는 모든 존재로부터 자유를 얻게 된다. 이런 깨끗함과 더러움이 없는 도리를 알게 되면 될수록 너무나 많은 걸림, 속박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또 따뜻함과 더러움은 단순히 신성하고 부정한 것만 포함하는 것은 아니며, 옳고 그름이라는 인식 상의 문제일 뿐이며, 본래 존재에 옳고 그름이 없다. 맞고 틀림, 이런 것도 다 마찬가지이다. 지위의 높고 낮음에 따른 귀함과 천함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존재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각이나 인식에 있는 것으로, 그것을 깨닫지 못하면 현실에서 그것이 있다고 느낄 수가 있을 수 있다. 마치 꿈속에서 강도가 분명히 있고, 두려움으로 도망을 가야 한다. 아무리 깨어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다고 해도 귀에는 안 들어온다. 마치 잠꼬대 하는 사람이 자신은 알아듣지 못하는 것과 똑같다.
말은 알아듣는데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못 알아듣는 것이다. 무지한 사람들에게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안 들려서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새소리 바람 소리처럼 듣는 것이다. 어떤 이해를 동반하는 소리가 아니라 현실에 안 맞는 소리, 비현실적이 소리로 듣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사고 체계에 갇혀서 지금 현재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수시로 챙겨봐야 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