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상을 살아가다 보면 그런 삶 자체에 매몰되기 쉽다. 그래서 그런 삶의 리듬이 깨어지면 흥분하거나 화나게 되고, 분노로 인해 평소의 균형감을 잃고 삶의 방향이 엉뚱한 쪽으로 빠질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변화가 아니다.
핵심은 우리가 어려움을 겪는 그런 순간이야말로 진정으로 '나'라는 강력한 느낌을 가장 쉽게 진정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때이다. 다른 한쪽 뺨을 대주는가, 아니면 보편적 자비의 교리나 그와 유사한 어떤 원리들에는 관심이 없다.
중요한 것은 '나'라는 존재감이 내 분노의 조명 속에 뚜렷하고 선명하게 서 있는, 우리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믿고 있는, 전적으로 중요한 '나' 그 자체다. 일상 중에 어떤 터무니 없는 일로 부당하게 비난받을 때의 충격과 불신에서 비롯된 분노다.
화가 절정인 그 때, 부당한 비난에서 명예를 회복할 방법을 미친듯이 생각하고 있는 정직한 남자로서의 '나'라고 하는 매우 강한 느낌이 있다. 달리는 사람이 추운 날씨 때문이든, 주위의 부당한 비난 때문이든 중관사상은 '나'란 어떤 것을 확인하라고 말한다.
중관사상은 불교의 철학적 전통 관점 중 하나로, 모든 현상은 실체가 없고 공(空)하다는 개념으로, 거기서는 모든 것이 상호 의존적으로 존재할 뿐이며, 존재들은 고정된 실체나 본질이 없다고 본다.
분노와 같은 마음 속에서 생겨나는 감정은 중관사상의 관점에서 보면, 실체가 없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여겨질 수 있다. 분노 역시 다른 조건들에 의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이며, 고정된 실체를 가지지 않는 것을 이해하면,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더 쉽게 다룰 수 있게 된다.
실체가 없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변화하는 모든 현상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관사상의 핵심이기 때문에 이를 바라보고 그 이치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고통과 분노에서 벗어나고 더 평온한 마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너무 화가 나 있는 '나'란 어떤 존재를 확인하고 분석하다 보면 그것이 비어 있다는 사실, 즉 본래적으로 존재가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사회 속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고 본능적으로 믿고 있는 이 '나'는 사실 독립적이기 때문에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관 또는 자아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잘못된 신념에 강하게 집착하는 것이 우리의 고통, 태어남과 죽어감, 다시 태어남이라는 시작도 끝도 없는 윤회의 속박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혼자는 불안하기 때문에 집을 짓고 울타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집 기둥과 담벼락의 우리 삶의 원인과 조건들, 전체와 부분들, 그리고 그것을 기둥과 담벼락으로 아는 앎 그 자체가 모두 서로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깊이 의존함으로써 존재하고 있다. 본래는 궁극적인 존재는 찾아볼 수 없는 의존적 관계들의 복잡한 배합의 사회이며, 거기에는 본래적이고 독립적 존재가 없고, 무한한 상호 의존적 변화만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을 뿐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초삼일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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