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귀절 반야심경 44-7] 무안이비설신의(無眼耳鼻舌身意): 육근이 없다는 말은 존재하되 존재감이 없다는 말이다: 모든 세상이치는 모두 함께 머무르며, 하나가 거짓이면 하나가 진짜가 된다
문자나 이론 그리고 생각으로는 들을 수도 없고 볼 수도 없다. 반야심경을 들을 때는 이해하려 하지 말고 부처님과 본성 자리만을 생각하며 들어야 한다. 스님의 해설말씀을 듣고 지식이나 학식으로 머리 속에 담아두려면 큰 짐이 되고 공부하는데 오히려 더 큰 병통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며 쌓은 지식은 부처님의 것이 아니다. 속세의 삶은 자신의 본성을 내던져버리고 살아가기 때문에 시시비비를 가리고 질투심이나 탐심이 밑바탕에 가득 차 있다.
그런 상태에서는 꿈에서도 반야심경을 들을 수 없고, 들을 수 있더라도 전혀 공감을 느끼지도 못하게 된다. 지금 어떤 자리에서 반야심경을 듣고 있다면, 모든 살림살이를 내던져 비워내야 한다. 나는 공부를 통해 뭔가 나름대로 깨달은 것이 있다거나 일가견을 얻었다는 등 나름대로의 ‘나’라고 하는 주관이 생겨 있어도 부처님의 반야자리는 보지 못한다. 나라는 주관을 여지없이 부수어 본래 한 물건도 없는 그 자리에 들어가야 깨달을 수 있는 기회의 인연을 만날 수 있다.
내가 소유하고 있는 재산은 가짜다. 참선하는 사람은 혹 그 경계를 보고 헛된 기운이 돌아서 천지에 겁나는 것이 없을 때가 있다. 그럴 때 큰 스승이나 성인을 만나지 못하면 정신이상자가 되고 미친 사람이 될 수 있다. 스승을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나름대로 알아서 설친다든지 큰 스승들을 불신하고 자신이 제일이라고 하는 것은 천하의 거짓된 무식도일 뿐이다. 수행한다는 의미는 마음의 의지처를 알아 잘못된 생각과 살림살이를 일시에 무너뜨리고 본래 진면목의 자리를 깨닫기 위함이다.
저울대에 보이는 첫 눈금이 바로 나침반이 가리키는 북두칠성과 같다. 저울대의 눈금은 절대로 움직이지 않으며, 저울추만 왔다 갔다 할 뿐이다. 저울에서의 북두칠성은 저울의 무게 기준이 0이 되는 지점, 즉 정반성을 표시한 첫 눈금을 말한다. 저울 쟁반에게는 무겁거나 가볍거나 모든 물건이 다 똑같다. 가볍고 무거운 것을 아는 능력은 저울 눈금에 있다. 스승들은 제자들이 저울의 첫 눈금인 정반성, 즉 자신의 마음의 본성을 잘못 오인하여 기준으로 삼을까 두려워한 것이다.
정반성은 죽은 물건이라 물건의 가볍고 무거움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정반성을 잘못 오인하면 안 된다. 일반적으로 모두가 이 눈금인데 이 눈금을 쓸 수도 있고, 쓰지 못할 수도 있다. 이것은 모두 부처님이 말씀하시는 진리인 법을 비유한 것이므로 자세하고 면밀하게 관찰해야 하며 한 면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저울을 쓰는 이유는 공평무사하기 위해서다. 마음 또한 부동하고 불변해야 거기 의지하여 일체를 바르게 판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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