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든, 정치인이든, 연구원이든, 종교인이든, 장삼이사든 어떤 사람도 매일 24시간 쉼없이 자신의 일에 몰입해 있을 수는 없다. 그들이 만들거나 발명 또는 발견하거나 이루어낸 본질적이고도 지속적인 것은 모두가 아주 드물고도 짧은 영감의 순간에 창조된 것들이다.
역사상 모든 시대에 걸쳐 가장 위대한 시인이나 시대를 가장 잘 드러내 보여주는 역사가의 삶도 이와 같아서 결코 쉬지 않고 창조자 노릇을 하지는 못한다. 괴테 같은 이도 존경심과 두려움을 품고서 조심스럽게 진실을 말했었다.
"신의 신비스런 작업장인 역사에서도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무심하고도 평범한 일들이 있다."라고. 예술이나 삶에서도 그렇듯이 역사의 장에서도 고귀하고 잊을 수 없는 순간이란 그만큼 극히 드문 법이다.
인류나 국가나 지형의 역사는 그저 연대기 기록자의 모습으로 나타나서 대개는 무심하고도 지속적으로 수천 년에 걸쳐 행해지는 저 거대한 시간의 그물뜨기에 한코 한코 뜨개질을 애 넣듯 사실에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고작이다.
모든 긴장은 준비 기간이 필요하고, 실제로 사건은 발전과정을 거쳐야만 하기 때문이다. 물이 끓기 위해서는 반드시 따뜻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듯이, 하나의 실제 사건은 발전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요즘 베이징 겨울 올림픽에서 나오는 금메달 주인공들이 좋은 예다.
한 명의 천재가 나오기 위해서는 한 민족 안에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태어났다가 사라지게 마련이고, 진짜 역사적인 사건, 인류의 별 같은 순간이 나타나기까지는 수없이 많은 평범한 세계 시간들이 무심히 스러져 가게 마련이다.
그렇게 예술의 영역에서 나온 한 명의 천재는 시간의 한계를 뛰어 넘는다. 마찬가지고 역사상 별 같은 순간은 이후 수십 수백 년을 넘어 천 년 이상의 역사를 결정한다. 전 대기권의 전기가 피뢰침 꼭대기로 빨려 들어가 듯이.
세상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고 사건들이 시간의 뾰족한 꼭지점 하나에 집약되어 우리 삶과 생활 현장에서 실현되는 것이다. 보통은 평온하게 전후로 나란이 일어나던 일이 단 한 순간 속에 응축되어 나타나서 한 순간에 역사상의 모든 것을 규정하고 결정하게 된다.
단 한 번의 긍정이나 단 한 번의 순간적인 부정, 너무 빠르거나 혹은 너무 늦거나 하는 일이 이 순간을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만들어서 개인의 삶, 민족의 삶 심지어는 인류 전체의 운명의 흐름에 결정적인 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나를 둘러싼 내, 외적 사건들의 영적 진실성에 나 자신의 독창성을 부여하거나 강조하여 애쓰지 않는다. 역사 자신이 작가로 드라마를 지배하며 완성해 모습을 드러내는 저 고귀한 순간에 감히 어떤 작가가 역사를 능가해 스스로 각색하려 들 수 있겠나.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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