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생각이나 이미지, 또는 기억을 억압하여 그것을 의식에서 밀어내면 그것들은 잊혀지고 다시 떠올리는 것이 불가능해진다. 이런 일은 우리 의식이 그것들을 아는 것을 감당할 수 없다고 스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부정이나 부인이 좋은 예다.
살아가면서 어떤 일과의 관련을 부정하거나 부인하는 것은 자신의 의식적 억압이 힘을 잃어 다시 생각이 떠오르려 하기 때문일 수 있다. "나는 아니다." "나는 하지 않았다." "이것은 그렇지 않다."고 말할 때이다.
프로이드는 환자가 부정의 형식을 사용할 때 그 다음에 따라오는 말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부정은 긍정으로 끝날 수 있고, 그러면 환자는 억압되어 있던 것을 드러내기 시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꿈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내 꿈속의 여자는 나의 어머니가 아니다."라는 뜻밖의 말을 했을 때다. 그 사람의 꿈속 여자가 자신의 어머니임을 암시하는 적이 전혀 없었다면, 이런 부정을 통해 자신의 집착을 부인함으로써 그것을 드러낼 길을 칮은 것이다.
부정은 억압된 관념에 언어적 존재를 부여하기 때문에 억압된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머니가 "아니다"라는 덮개를 쓰고 등장한 것이다. 즉 부정은 억압된 뭔가를 받아들이지는 못했지만 인정은 하고 있다는 표시다.
이렇게 부인은 강할수록 억압의 대리자 역할을 하는 동시에 억압된 내용을 무의식적으로 회복하는 미완의 임무를 하고 있다. 여기서 부인과 거짓말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식적 거짓말은 의도적 기만행위지만, 부인은 의도적이지 않는 저항 행위이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 뭔가를 부인할 때 자신도 모르게 감추고 싶어하는 바로 그것을 드러낸다. 그 결과 틈새나 단층선이 벌어지게 되며, 그 자리에서 우리가 전에는 의식하지 못했던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약간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부정이나 부인은 억압된 기억이나 감정과 연결된 것이 자유롭게 떠오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마침내 억압된 생각의 의미를 파헤치는 일에 나설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형태의 억압에 의지하게 될 수도 있다.
개인의 부인이 더 넓은 사회적 배경과 연결되는 방식에서 부인하는 사람은 종종 가공의 믿음이나 명백한 거짓말의 도움으로 자신의 부정적 진술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자신의 진술을 믿어줄 다른 사람의 힘으로 기록 변조를 거치며 스스로도 믿으려 한다.
인간관계에는 그 핵심에 특정한 종류의 무지가 기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전이는 사랑과 다르지 않는 감정적 유대다. 뭔가를 감추려는 사람은 상대가 자신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다고 전제한다. 자신을 사랑의 대상으로 제시하려는 시도를 무시할 필요가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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