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물을 대할 때 그것을 가지려 욕심내고, 본능으로 그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마음을 애태우며 경쟁하고 싸움하고 심지어는 살생까지 하게 된다. 이런 복잡한 과정 속에서 마음의 평온을 얻지 못해 생겨나는 모든 정신적인 모순을 번뇌라고 한다.
그러나 번뇌의 정체를 확실히 알기는 매우 어렵다. 인생의 모든 문제는 크고 작은 것을 물을 것 없이, 큰 문제는 큰 번뇌를 일으키고 작은 문제는 작은 번뇌를 일으켜서 인생 전체를 번뇌 속으로 빠뜨린다.
따라서, 삶 그 자체가 곧 번뇌요 번뇌가 곧 삶이라는 논리까지 전개되기도 하며, 따라서, 번뇌의 깊은 뿌리를 근원적으로 파악하여 해결한다는 것은 인생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는 참다운 길이며, 그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불교의 교리나 법문은 모두 모든 번뇌를 다스리는 교훈이며, 번뇌가 다하면 해탈을 본다는 이유다. 번뇌는 주로 표면에 나타나지 않고 마음 속에 사악한 성격과 굳어진 성질로 잠재하기 때문에 마음을 뒤따르며 잠자고 있다는 뜻의 수면이라 하기도 한다.
잠재적인 경우와 구별하여 표면에 나타나는 번뇌를 전(纏)이라 하며, 십이연기의 12지(支)는 혹(惑), 업(業), 그리고 고(苦)의 3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혹이 곧 번뇌이며, 무명(無明)과 애(愛)와 취(取)의 3지가 있다.
번뇌가 바탕이 되어 늙고 죽는 고통이 생긴다는 것이 십이연기의 해석이다. 이와 같이 마음 속에 있는 아집을 중심으로 하는 그릇된 생각이나 성격을 모두 번뇌라 한다. 어떤 것을 욕심내고 가지지 못해 성을 내는 화와 탐욕은 항상 서로 의지하여 나타난다.
이런 욕심과 화의 근원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거기에 어리석음이 있다. 어리석음은 미혹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진리를 모르는 특성이 있는 정신현상을 말한다. 이런 어리석음은 미혹함, 무지, 무명, 지혜 없음 등의 다양한 형태가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목적은 괴로움을 소멸하기 위함이며, 어리석음은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에 대한 진리인 사성제, 즉 괴로움이 있고 일어남을 알고, 소멸하면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는 고집멸도에 대한 무지를 말한다.
어리석음은 이상을 향해 노력하지 않거나 그것에 어긋나는 일에 힘쓰는 것이며, 방일(放逸)은 방자하여 규칙을 무시한 생각과 행동을 취하는 것이고, 번뇌는 성스러운 도를 방해하는 것이며, 바른 지혜를 방해하는 것이다.
지혜를 통해 번뇌를 끊어버리면, 마음이 번뇌의 속박에서 벗어나 법에 맞는 이상적인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모든 번뇌의 불이 꺼진 상태가 열반이며, 이상적인 지혜의 활동이 잠재적으로나 표면적으로 이루어지므로 보리(菩提)라고 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다음글 : 
이전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