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누구나 일정 부분에 두려움을 가질 때가 있다. 다른 데서는 괜찮지만, 어떤 특정 환경이나 상황에 놓이면 불안이 쌓여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일종의 공황발작과 비슷하다.
일단 불안감이 생기게 되면 모든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고무줄로 연결된 것처럼 그 상황이 마음을 사로잡아 끌어당긴다고 느끼게 되고, 더 계속할수록 고무줄이 점점 팽팽하게 당겨져서 언제라도 뚝 끊아질 것 같은 느낌이다.
자신의 세계는 점점 쪼그라들어 급기야 집 안에서라도 발작이 일어나게 된다. 아무 것도 못하고 침대에 걸터 앉아 숨만 헐떡거릴 뿐, 누군가가 빨리 이 불안감에서 자신을 구해주길 기도할 뿐이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빨리 없애 달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불안이 늘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다. 적당한 불안은 일의 능률을 올리게 한다. 불안감이 전혀 없는 상태를 생각해보자. 전체적으로 행동이 느려지고, 판단도 빠르지 않게 된다.
때문에 우리가 긴장할 순간에 너무 느긋하게 대응하면 오히려 일을 그르치게 된다. 시간 제한이 있는 시험을 볼 때 시간 내에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압박이 불안을 일으켜 시험 문제에 집중하고 문제를 풀어나가게 된다.
이러한 압박과 불안이 없다면 동기 부족으로 시험 문제를 제 시간 내에 풀어내지 못할 것이다. 불안은 우리가 누구나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서적 반응으로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좋지 않은 상태가 될 수도 있다.
생명을 위협하는 맹수가 많고, 예민하게 사냥감을 뒤쫓아야 했던 과거에는 불안으로 인한 몸의 변화가 생존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현대 생활에서는 이러한 본능적인 불안 반응이 되려 불편을 초래하여 정신 질환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현대인들은 원시시대의 인류가 접하였던 적이나 포식자를 만날 일은 많지 않다. 우리가 마주쳐야 하는 불안은 과거처럼 도망가거나 공격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즉, 신체적인 불안 반응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히려 지금 마주하고 있는 불안에 의한 신체 변화는 또 다른 불안 요인으로 작용될 수 있다. 갑작스럽게 호흡이 거칠어지고, 숨이 막히는 등의 불안 증상에 놀라 자제력을 잃을수록 오히려 더욱 불안해지는 것이다. 불안 반응의 악순환이다.
진짜 치료법은 분명히 있다. 누구나 알고 있다. 자신이 지금 무서워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하지 않으면 불안은 쌓이므로 억지로라도 밀어붙여야 두려움이 사라진다. 한강의 다리들을 걸어서 건너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다리와 땅을 연결해주는 진입로에 들어서면서부터 가슴이 쿵쾅거리고 머릿속에서 '돌아가!'라는 목소리가 울리며, 어떤 힘이 나를 뒤에서 잡아당기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일단 찻길 옆에 안전하게 보호된 인도에 들어서면 숨이 골라진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