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떤 지인이 나에게 문자를 보냈다. "산에 들어가서 글이나 쓰고 삽니다. 보고 싶다고 울며 찾지 마십시요." 우리는 흔히 마주하고 싶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면 하던 일을 접고는 산 속으로 틀어박힌다.
소나무와 바위와 함께 우리 시대 가장 위대한 사람 중 한 명의 실패를 슬퍼하러 떠나는 것이다. 이런 애도는 종종 고독과 침묵 속에 하늘 또는 풍경의 거대함 속을 걸으면서 이루어진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뭔가는 멈추었을지라도 세상은 다시 걷기 시작한다.
그런 정처 없는 발길은 고통에 짓눌리고 비탄에 빠진 채 한 자리 에 가만히 머물 수 없음을 나타낸다. 거리를 두고 이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대화를 이어나가야 한다. 내향성, 느림, 주변 세상의 정지는 그 여정, 그 회상에 적합하다.
무한한 고통의 바다에 빠진 채 우리 나라의 척추인 백두대간을 걷거나 달린다. 먼지를 온통 뒤집어쓰고 진흙으로 더러워진 채 찬 바람과 비 속을 이를 악물고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바라본다. 그리고 실망스러운 세상을 위해 기도한다.
모든 바람을 향해 열린 널따란 바위 위에서는 모든 길이 오히려 좁은 문이 된다. 그 속에서 만난 자신과 비슷한 사람은 그 자체가 황홀함이다. 더 이상 아무것도, 피로도, 자신의 두 발도 느껴지지 않을 것이며, 자신의 모든 부덕함도 단번에 떨어져 나간다.
산속 걷기나 달리기는 존재에 비추어 보면 별것 아니어서 대개는 기억 속에 대개는 기억 속에 덧없는 흔적만을 남길 뿐이다. 거기에는 분명 본질적인 소박함 속에서 삶에 대한 의욕을 키우는 힘이 있다.
그래서 또 다시 떠나고자 하는 욕구에 따라 새로운 지역을 활보하거나 예전에 지났던 흔적으로 되골아가 그때의 추억과 느낌을 되찾고 싶어지는 것이다. 모든 목적지는 항상 길을 떠나기에 적당하다. 그래서 삶의 여정에서 만난 모든 길은 돌아가지 않을 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 모두가 그러하듯, 길을 가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만족하지 않고 자신에게 부족한 길을 찾아나서지만, 자신에게 부족한 것은 그의 열정을 이루는 무엇인가다. 매순간 자신의 탐색을 북돋우는 것을 찾기를 바란다.
우리는 늘 길 끝에서 뭔가가, 오로지 우리만을 위한 뭔가가 우리를 기다리라는 느낌을 받으며, 멀지 않는 곳에, 언덕을 넘거나 숲 속을 지나는 어느 순간 어떤 계시가 있다. 우리는 길이 기억 속에 어떤 눈부신 연결부를 아로새겨주기를 바라며 걷는다.
모든 길은 우선 자신의 내면에 묻혀 있다가 발길 아래에 기울고, 특정한 목적지로 이끌기 전에 자신에게로 이끈다. 그리고 때로는 마침내 자신의 내면이 바라던 자아의 행복한 변화에 도달하는 좁은 문을 열어준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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