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결승선은 항상 붐비고 출발선 못지 않는 긴장과 기쁨, 그리고 흥분의 기운들이 넘치는 곳이다. 지쳤지만 뿌듯한 마음으로 물을 마시며 뒤따라 들어올 동호인들을 기다린다. 키와 몸무게, 몸집과 능력치가 제각각인 사람들이 들어오는 모습들은 그 자체가 환희다.
출발선에서의 인원보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주자들의 숫자는 물론 훨씬 더 적지만, 염려와 환영의 마음들은 더 강해져 있다.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 주자들의 보호와 무작정 주로 안으로 들어오려는 관중들을 통제하기 위해 대회 진행요원들이 현장을 정리한다.
회수차를 타고 온 사람들, 다른 주자들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는 주자들도 있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든 주자들 뿐만 아니라 중도에서 포기한 주자들도 모두 기를 쓰고 달렸지만 거의 쓰러질 지경에까지 빠진 경험을 한 사람들도 있다.
완주한 사람들의 다음 코스는 목욕과 샤워 또는 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가는 일이다. 달리는 중에 아무리 고생을 했건 간에 결승선을 통과한 주자들은 가뿐하고 들뜬 기분으로 자신이 극복한 몇 차례의 위기 상황들에 대해 신나게 떠든다.
그런 주자들의 흥분에 대해 친구와 가족들은 친절하게 귀를 기울여주며 함께 완주의 기쁨을 공감해준다. 머릿속의 부정적인 목소리들을 이겨냈을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사히 달리기를 마친 승리자에 대한 당연한 예우다.
그런 승리감을 경험하면서 한층 더 강인하고 건강해진 기분이지만, 허기진 배가 너무 배고프다고 아우성이다. 마라톤 대회에는 주자들을 푹 빠지게 만드는 분위기가 있다. 건강 달리기든 마라톤 대회든 관계없이 주자들은 주로를 달리면서 파티를 즐기는 느낌이다.
가족과 친구들로 구성된 응원군과 급수대에 준비된 먹거리, 달리기, 음악들이 준비되어 있다. 중간 응원 무대나 가무단의 흥겨운 박자들도 힘을 돋워주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나이 어린 젊은이들을 추워해 가면서 꼴찌를 면했다는 생각에 행복해지기도 한다.
동호회원이 맨 마지막에 들어가지 않으먄 더 좋겠지만, 그게 나 자신이 아니라는 사실에 이기적인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몸에 딱 맞는 유니폼을 입은 모습은 누구나 스스로가 뚱뚱하거나 펑퍼짐해 보이게 만든다.
마라톤 대회장은 우리와 함께 살아남지 못하고 먼저 간 사람들에 대한 허전함과 그리움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그들과 함께 했더라면 더더욱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다. 대회는 모든 사람들이 완주라는 독특한 한 가지 상품을 구하기 위한 기회의 장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추모하는 행사는 아니더라도 대회 후의 우울감은 정상적인 반응이다. 수 개월을 완주라는 목표를 위해 노력했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실패하는 두려움도 벗어났는데, 그런데 어제까지 나를 붙잡아주던 목표가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다 끝나 버렸다. 신체적, 심리적 침체는 연휴가 끝나고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간 새해 첫 주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다시 다음 마라톤 대회에 참가 신청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마라톤 완주 이후의 일은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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