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형식적으로 행동한다.'고 이야기할 때는 그가 특정한 인상을 전달하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선택하는지에 관심을 둘 뿐이다. 자칫 상대의 예의를 단순한 예절과 혼동하거나 때로는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행동과 혼동하게 된다.
예의라고 하는 것은 예절은 물론 형식적인 행동보다 훨씬 더 넓은 의미의 이상적인 문화생활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삶이며, 윤리와는 느슨한 관련성만 있다. 시인은 시인에게 기대되는 모습이라 생각한 대로 행동하면서 유명 시인의 습관적 행동을 흉내낸다.
유명인에 가깝거나 실제로 유명한 사람은 유명인이 으례 하는 행동이라 여겨지는 대로, 가령 가식적으로 행동하거나 재치로 치장할 것이다. 자기 나름의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또 다르게 행동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는 행동은 변함이 없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한다는 것은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예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더구나 예의는 예절을 가리키지 않으며, 단지 어떤 상황에서 기대되는 말이나 행동과 관련이 있는 일정한 규범 체계에 따른 행동일 뿐이다.
사회에는 많은 규범들이 있으며, 대부분이 임의적인 데다 사회 생활의 별로 중요하지 않는 측면과 관련이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에서 누가 먼저 나가야 할 것인지 규범을 만들어 놓으면 좋기는 하다.
많은 사람들이 뒤엉켜 더불어 함께 살아가면서 어떤 주어진 상황에서도 선택지는 여러 개지만, '제대로 된' 방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중요할 때도 있다. 예절에 관한 책들이 바로 이런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의는 예절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예절이라면 흠잡을 데 없이 지키는 사람도 예의에는 지독하게 무지할 수 있다. 또 예의규범은 끝이 없지만, 좋은 예의는 단 하나의 규범으로 집중된다. 이 규범은 명확히 밝히기는 쉽지만, 이해하고 지키기는 어렵다.
예의는 바로 인간의 심리에서 비롯된 장애물들을 극복하기 힘들기 때문에 진정 세련된 예의를 갖추기는 힘들다. 자기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의 욕구를 이해하는 생각이 충분이 깊지 않으면, 삶의 토대가 되는 진정 세련된 예의를 갖추기 힘든 이유다.
생각이 얕거나 어리석거나 아둔한 사람은 결코 좋은 예의를 갖출 수 없으며, 설령 진지하고 생각이 깊으며 지적인 사람이라 해도 좋은 예의를 자신의 이상으로 삼지 않는 한 좋은 예의를 갖추는 경지에까지 도달하기 힘들다.
예의가 도덕이나 윤리의 위치까지 승격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윤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어려운 대안 사이에서의 선택과 관련이 있다. 세련된 예의의 단 하나의 규범은'신중하라'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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