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두 갈래 길이 있고, 한 쪽은 포장된 길이고, 다른 한 쪽은 자갈길이라면? 어느 길로 갈까요? 대부분 포장된 길을 선택할 것입니다. 자갈길은 포장된 길보다 더 힘들고 위험할 것이니까요? 달린다는 행위가 힘들다는 결과를 불러온다는 인과관계를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똑같은 길이라면 편한 길을 선택하여 즐겁게 달리려고 한다. 하지만 몰랐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자갈길을 골랐을 수도 있다. 내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길을 선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안다'는 것은 이렇게 우리를 지배하는 힘이 있다.
'깨닫다'는 말도 본질적으로 '안다'와 다르지 않다. 있는 그대로의 것을 오류 없이 바로 아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하니까 말이다. 깨달음과 반대의 상태를 '무명(無明)'이라 한다. '무명'이라고 하면 뭔가 어둡고 캄캄한 느낌이 들지만, 그냥 무지일 뿐이다.
'무지(無知)'는 그냥 "알지 못하는 상태'일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모르는 상태'에서 '아는', '깨달은' 상태로 옮겨가는 것이 불교에서 말하는 수행의 목표다. 무명에서 깨달음으로 옮겨간다고 하면 뭔가 어려운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아는' 상태로 바뀌는 것이다. 캄캄한 밤이 여명의 새벽을 거쳐 밝은 낮으로 바뀌듯이 '앎'을 통해 나의 행동 방식, 곧 내 삶의 방식을 바꿔 가는 것이 불교 수행의 목적이다.
하지만 무엇을 알면 좋을지? 어떻게 하면 알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에 답한 것이 부처님의 말씀 내용들이고, 우리 삶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올바른 지혜의 가르침을 모아 놓은 것이 불교라는 수행의 종교다.
부처님께서 세상을 떠나시고 한 500년 쯤 지난 뒤부터 '반야(般若)', 즉 지혜에 관한 가르침을 설한 경전들이 많이 지어졌는데, 지혜의 완성이란 의미의 '반야바라밀다(般若波羅蜜多)'를 이루는데 중심, 즉 핵심 경전인 "심경(心經)'이다.
반야경은 '반야'에 관한 가르침을 설한 경전들의 통칭이며, 그런 반야경들 가운데 가장 짧은 경이 바로 '반야심경'이며, 모든 불교 경전 가운데 가장 짧은 경이다. 짧지만 그 안에 지혜의 완성과 그 정수를 담아놓은 놀라운 경전이다.
지혜의 완성이란 바로 불교 자체를 말하기 때문에 반야심경에는 불교의 정수가 들어 있고,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면 불교의 본질을 알았다고 할 수 있다. 반야심경에 관한 해설서가 많이 나와 있지만, 대부분이 전통적 불교 용어를 해설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가족들에게 내가 아는 일상의 말들로 내가 이해한 반야심경을 전해주고 싶어서 매주 5귀절의 단문으로 몇 해 째하고 있지만 아직 반쯤 밖에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너무 오래 되어 자칫 우리 일상의 삶과는 먼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어서 집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캐물었던 삶의 고통에 관한 문제들은 2천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들의 일상에서 직면하고 있는 삶의 문제들이다. 오늘날의 물리학이나 심리학, 혹은 심신의학이나 생태학 같은 현대 학문에서도 붓다의 통찰들이 발견되고 있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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