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적 공동체에서는 누구에게라도 한 번 미움을 받기 시작하면 서로의 관계가 그대로 끝날 것이라는 걱정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호감 가는 행동만 하려고 노력하고 애쓰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너무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정작 자신의 인생인데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고, 정작 해야 할 말을 하지 않고, 해야 할 행동도 할 수 없게 되고, 이내 지쳐버리게 된다. 일부러 미움받을 행동을 할 필요는 없지만, 부득이 진지한 충고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지금까지 잘 지내던 사람이 어느 날부터 마주쳐도 못 본 척할 때는 같이 외면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외면하는 이유를 그 사람에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 문제는 외면하는 이유를 상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전에는 좋게 보였던 행동들이 갑자기 싫어지기도 한다. 지금까지 친절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돌연 우유부단해 보이고 의지가 되던 사람이 나를 지배하려고 구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과 흡사하다. 반드시 관계를 개선할 생각이 아니면 호감을 얻으려 마음을 다칠 이유는 없다.
우리는 혼자 살아가지 않는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당연하게도 다른 사람들에게 모든 것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 인간관계의 바탕은 공동체이며, 그 최소 단위는 나와 너에서 시작하여 가족에서 국가를 넘어 우주로까지 확장된다.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단지 수동적으로 소속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경우 이미 형성된 기존의 공동체로 편입하게 되는데, 자신보다 먼저 그 안에 편입해 있던 사람들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라야 할 필요는 없다.
공동체의 최소 단위인 '나와 너'의 경우는 기존 공동체에 나중에 편입한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만나는 순간, 동시에 성립된다. '나'만 혹은 '너'만의 공동체는 없다. 가족 공동체는 내가 일원이 되기 전에도 존재했지만, 내가 일원이 되면서 이전의 공동체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고등학생들에게 조부모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설문에서 많은 학생들이 '가족 혹은 부모 사이를 이상하게 만드는 사람'이라 답했다 한다. 조부모 입장에서 보면 이런 식으로 손주들에게 인식되는 것이 즐거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이 정도로 가족의 모습이 바뀌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까지 따로 살던 조부모와 함께 동거하게 되었을 때는 물론이고, 조부모를 돌보는 문제를 식구 중 누가 언급하기만 해도 찬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조부모가 실제로 어려운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조부모와의 관계가 좋았다고 해도 막상 동거가 시작되면 새로운 공동체가 탄생하는 만큼 가족 관계에 상당한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자신이 뭔가 도움이 되고 싶다는 정도의 관심은 가져도 무방하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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