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우리 나라는 어디를 가나, 어떤 사람을 만나거나 대화의 주제는 '싸울 것인가? 말 것인가?', '져줄 것인가? 이길 것인가?' 사이에서 협상이나 정치력이란 단어는 힘과 방향을 잃어버린 듯하다. 어느 쪽이 자신의 승리가 될지, 즉 권력 유지에 유리할 것인가이다.
누구나 권력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평화 아니면 전투를 주장하고 있다. 사람들이 떠들고 신문들이 떠들고, 회의장에서는 토론이 벌어지지만, 소문은 점점 더 시끄러워지고, 여론은 소문으로 인해 점점 더 흥분되어 가고 있다.
여론이라는 소문의 뒤에 숨어 자신의 본심을 숨기고, 일단 결정이 내려지면 언제나 그렇듯이 그것은 일종의 해방 또는 통일처럼 여겨진다. 전기에 감전된 듯한 긴장이 주변과 하늘을 무겁고도 심란하게 뒤덮고 있다.
일출과 일몰 등 자연이 만들어 내는 음양의 조화만이 정말 진정한 아름다움인 듯 현실의 칙칙함에 대비되어 마음에 다가오고 있을 뿐이다. 현장의 모든 행사장에서는 뭔가 일이 일어나면 언제나처럼 바로 자기들 눈앞에서 최초의 혈투가 벌어질 것이라 알고 있다.
시위대들에 점령당한 주둔지에는 막연하고 수사적인 개념으로서의 상대편이 아니라 눈에 확실하게 보이는 적 그 자체로서의 현실이다. 밤이면 긴장 속에 흘러가는 찬 바람의 냉기에 실려 상대의 언행들이 실려오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다. 단 한 마디 말이면 족하다는 것을. 그러면 이념의 묵은 전쟁이 다시 한 번 시작될 판이다. 새로운 자유와 오래된 질서들이 서로의 이름으로 벌이는 전쟁이 시작될 것이다.자극적이면서도 비꼬는 둣한 발랄한 언어들이 사람들의 걸음을 옮기게 만든다.
연설은 대부분 하소연으로 시작되고, 그런 말을 듣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단호하고도 리드미컬한 외침들이 반복 되풀이 되고 있다. "자유여, 민주여, 우리 모두 앞으로 나아가자. 반민주, 반자유는 곧 해소될 것이다."
대중들이 열광하는 이런 말들의 환호의 순간에도 다른 목소리들도 존재한다. 두려움과 근심도 함께 일깨우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목소리들은 골방에서 속삭이거나 침묵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바로 언제 어디에나 있는 어머니들의 목소리이다.
내 자식이 다치거나 내가 뿌린 경제의 씨앗들이 짓밟히거나 무지막지한 놈들에게 내 자식이 잡혀가거나 우리 가족들의 생명줄인 내 직장이 없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밤의 어둠이 도시를 덮고 있지만, 이 어둠은 진짜가 아니다. 도시는 흥분에 들떠있지만, 이흥 분 또한 국민들에 진정 선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만의 좁은 공간 안에서 이리저리 쿵쾅거리며 불안하게 걸어다닌다.
모든 것은 시작은 그럴 듯하거나 좋다. 그래서 제대로 리듬만 찾으면 된다. 노랫말처럼 말에 적당한 멜로디만 찾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자기 안에 들어온 어떤 힘에 이끌려 나아가게 된다.
갑자기 모든 것이 그 안에 들어오는 것이다. 이 시점에 폭발하고 있는 모든 감정들, 거리의 이야기들, 바람에 흘러가던 이야기들, 사람에 대한 증오와 가족들에 대한 염려, 승리에 대한 확신, 자유를 향한 사랑, 모든 것이 한데 합쳐진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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