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독감 예방 접종 기간이라 많은 분들이 진료실을 방문하신다. 그런데도 나이 드신 어르신들 중에 아직도 첫 접종이라는 분들을 두 세 분은 만나게 된다. 예방 접종을 하지 않는 대부분의 이유가 평소에 감기에 걸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 한다.
국가가 국민 세금인 예산을 들여 어르신들에게만 예방 접종을 해드리는 이유를 설명해 드린다. 지난 코로나 유행 시절에 봤지만, 평소 감기 같은 병은 걸린 적이 없이 건강하다는 분들 중에 코로나에 걸려 맥 없이 인생을 끝낼 수 밖에 없었던 분들의 애꿎은 죽음 이야기다.
우리는 누구나 질병, 특히 유행병에 걸리거나 그렇지 않는 것은 우리 선택권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우리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국가가 권장하는 예방 접종은 귀찮더라도 꼭 맞으시도록 설명해 드린다.
운 나쁘게도 어떤 질병에 걸렸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우리 스스로가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다. 의사의 설명을 듣고 평정심을 유지하기는 아마도 어려울 경우들이 있을 수 있고, 또 반드시 회복될 병이라면 뭐든 두렵지 않겠지만, 모든 경우가 그런 것이 아니다.
독감도 코로나처럼 감기가 아닌 것과 같다. 죽음에 이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까닭에 질병은 무엇이든 두렵고, 또 두려워 해야 하는 것이 정상적이다. 죽음이 무섭다고 사람들은 말하지만, 그런데 실제로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은 흔하지 않다.
죽음의 실체를 모르면 애초에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분명한 것은 죽음이 무엇이든 그것은 이별이라는 사실이다. 사랑하거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과 자주 마주할수록 죽음의 공포는 오히려 희미해져 가는 듯하다.
여행을 떠난 사람과 죽은 사람을 만나지 못한다는 상황과 의미는 다르지 않지만, 살아있는 사람은 재회 가능성이 있지만, 죽은 사람은 영원히 부재중이라는 것이다. 산자가 죽은자가 떠난 곳으로 찾아가면 재회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 외는 방법이 없다.
반드시 회복될 병이라면 병명이 뭐든 두렵지 않겠지만, 모두가 그런 경우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죽음에 이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까닭에 질병은 무엇이든 두려워하는 이유다. 죽음이 무섭다고 말하지만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은 없다.
죽음의 실체를 모르면 애초에 죽음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분명한 것은 죽음이 무엇이든 그것은 이별이라는 사실이다. 옛 어른들이 '죽으면 한 사람도 돌아오지 않으니 저승은 좋은 곳인가 보다' 말씀하시는 여유로움도 멋진 태도라 생각된다.
다른 이의 죽음은 단순한 부재일 뿐이지만, 내 죽음은 세상과의 재회 가능성의 영원한 상실을 의미한다. 살아있는 사람들이 나중에 내가 있는 곳으로 올 때까지는 대안이 없다. 그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악업을 짓는 모진 말이나 나쁜 짓을 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정도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목요일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