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고 일하며 서로 의지하는 것은 민폐를 끼치는 것이 아니다
일상의 삶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판단이 서지 않을 때,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없다면 혼자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거나 실제로 그것이 당연하다고 말하기 쉽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 보면 그렇게 자신을 몰아붙이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모두 이야기해서 털어놓고 나면, '나에게도 그런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거나 혹은 '나도 그런 유사한 압박감을 느낀 적이 있다.'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틀림 없이 있다. 콩팥이 나쁜 자식이 새 삶을 살아가는 데 힘이 되고 싶어 부모는 기꺼이 자신의 신장을 공여한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안 된다고 여기는 또 한 가지 이유는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생각 때문이다. 연명치료를 거부한 뒤 아직 판단 능력이 남아 있을 때, 자신의 생명줄을 끊어낼 사람과 대화하는 환자의 심장은 참혹할 것이다.
종교적 신념이나 지속적인 고통을 제거하려는 생각에서가 아닌, 가족들에게 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내린 결단일 경우에는 더더욱 그럴 것이다. 오래 사는 것은 전혀 바라지 않지만, 단지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가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건강한 몸과 맑은 정신으로 자신의 일을 선택하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족들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데, 다른 사람의 신세를 지는 것이 정말 "폐가 되는 일'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건강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기도 하고 바람직하고 좋은 일이지만, 누구나 언젠가는 '정말로' 이겨내지 못할 때가 온다. 그때 가서도 주변 사람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다.
그럴 때는 그냥 주위 사람들에게 스스로 의지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왜냐하면 그럴 때는 주위 사람들도 자신에게 의지해주기를 바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체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고, 건망증이 심해도 이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아픈 아이가 있다면 아이를 간호하는 것 자체가 피로한 일일까? 아닐 것이다. 고열로 몸이 펄펄 끓으며 경기를 하는 아이 대신 아파줄 수 없어서 괴롭고 눈물이 날 것이다. 아이의 열이 내리고 경기가 멈추면 그것으로 기쁠 뿐이다.
아이는 부모가 밤새도록 간호한 줄도 모른다. 물론 고마워할 줄도 모르고, 고마워하지도 않는다. 아이는 아프면 부모에게 폐를 끼친다는 생각도 없이 부모를 의지한다. 병과 싸운 것은 아이이고, 부모는 그런 아이의 곁을 지킨 것일 뿐이지만 자식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느낀다.
부모가 자식을 간호할 때의 마음이 바로 공헌감, 즉 헌신감이며, 머지 않아 간호를 받게 되는 부모 또한 자신이 공헌함으로써 가족의 공헌감을 느낄 수 있다 믿어서 안 될 이유는 없다. 도움이 필요한 시점까지 서로의 관계를 개선할 수 없다 하더라도 도움을 요청하고 대화를 나누는 자체가 상호 관계를 변화시키는 힘이 된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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