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어떤 선택을 하면 그 대가로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오늘 아침처럼 비가 올 때 산책이나 운동을 나가려면 비에 옷이나 몸이 젖는 불편감을 선택하는 대신 실내에서 편안하게 삶을 즐기는 기회의 가치를 포기해야 한다.
이렇게 어떤 선택에 따라 ‘포기해야 하는 것을 가치’, 즉 값어치나 편익, 또는 효용의 가치를 기회비용이라 한다. 우중주를 즐기기 위해서는 포기해야 하는 몸이 뽀송뽀송한 상태의 편안함의 행복감을 기회비용이라 한다.
기회비용은 명시적 비용과 암묵적 비용의 합으로 구할 수 있는데, 명시적 비용이란 당장 주머니에서 나가는 돈을 말하고, 눈에 확실하게 돈이 나가는 것이 보이기 때문에 명시적 비용이라고 한다.
반면에 암묵적 비용이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내가 이 선택을 하지 않고, 저쪽 선택을 했을 때 얻을 수 있었던 만족감, 효용, 이득과 같은 편익이 암묵적 비용이다. 외과 개원의로 있다가 봉직의로 바꾸었을 때는 연간 수입이 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만약 봉직의 연봉이 개원의 연수입보다 더 많다면 자신이 선택을 잘 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뭐라고 할까? "아, 너무 합리적인 선택을 하신 거예요. 정말 잘 하셨어요!”라고 말할 것이다.
아닐까? 뭔가 찜찜하다고? 이 찜찜한 이유의 비밀은 '기회비용'을 제대로 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원의를 계속 했을 때의 기회비용은 명시적 비용은 진료 재료비와 세금 등을 제외한 순수익이다. 암묵적 비용은 세금을 제외한 연봉이므로 이 차이가 기회비용이다.
여기서 합리적 선택이란 편익이 기회보다 더 커야 한다. 편익보다 기회비용이 더 크다면 개원을 지속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매몰비용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회수가 불가능한 비용을 말한다. 개원을 유지하는데 사용하는 관심과 스트레스 등 업무와 관련된 돌려받을 수 없는 비용이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매몰비용을 머리 속에서 지워야 한다. 100만원짜리 헬스센터 가입비를 냈는데, 환불이 안된다고 하면 이제 이 비용은 그냥 땅 속으로 들어가 버린 매몰비용이 되어 버렸다..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면 매몰비용은 잊어야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때의 삶의 교훈은 이미 지나
가버린 실수들은 잊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과거의 실수에 발목을 잡히면 잡힐수록 일상이 고통 속으로 빠져들어 괴로워지게 된다.
하지만 인생이 언제나 돈이나 계산적으로 합리적으로만 사는 건 아닐 수도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모가 자식들을 키우기 위해 들어간 수많은 명시적이거나 암묵적인 비용들과 노력과 비용과 시간과 청춘 등 매몰비용은 다시 돌려받을 수 없다.
이처럼 우리가 생각하는 자식이나 직업이나 삶에 대한 사랑은 항상 비합리적 본성을 가지고 있다.그러나 우리가 자식들에게서 편익을 바라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냥 잘 살아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회비용이 쑥쑥 증가해 행복감에 빠지게 된다. 그저 사랑으로 기른 것뿐이다.
그러니 효도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맞지만, 그것도 물질적인 비용보다 부모가 자식을 키우듯이 사랑하면 되는 일이다. 개원의를 청산하고 봉직의를 선택한 사람은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나는 원래 동네 의사로 조용하게 가족들과 지내고 싶었고, 그런 삶에 큰 스트레스도 없었어.”
이렇게 큰 돈 없이도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고, 개원하고 나서 한 곳에 정착하면서 나에게는 행복한 가정이란 큰 운동장이 생겼고, 나는 이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소중한 것이 행복한 가정이 아닐까 싶다.
다만 시장 경제 사회의 관점에서 봤을 때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냐, 비합리적이냐, 즉 편익과 기회비용의 관계만 살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여기서 '합리적'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하나의 상황을 정의하는 단어 이름일 뿐이다. 편익과 기회비용이 늘 합리적이거나 옳은 것만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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