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이라는 말은 앎, 즉 지식과 같은 의미이지만, 지식은 아는 작용보다도 이미 알고 있는 성과를 가리키는 데 반해, 인식은 성과와 함께 아는 작용도 포함한 의미를 갖는다. 그만큼 인식이라는 것 자체가 복잡한 과정이다.
우리는 인식 과정을 통하여 역사적으로 자연과 사회 같은 객관 세계에 대한 지식을 획득하고, 이 성과에 기초하여 객관 세계에 작용을 가해 이것을 변화시키고 개조한다. 뭔가를 보는 것은 망막ㅇ 빛의 입자가 닿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인식의 의의는 단순히 객관 세계에 대해 알고 있다는 지적 만족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실천적 행동에 의해 실제 생활에 기여하는 것에 있다. 망막은 빛을 전기신호로 변환시키는 비디오카메라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그리고 빛의 입자들은 신경계를 통해 시각중추에 신호를 전달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미지가 망막에 닿는 순간 이미 벌써 뇌는 이미지 판독을 끝내버린다. 평소 보는 것 자체를 하찮게 여기지만, 눈으로 보는 행위 그 자체가 이미 뇌를 사용하는 일이다.
뇌는 이미지가 시신경에 닿는 순간 즉시 질서정연하게 정리를 시작한다. 즉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면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매일 아침 항상 가는길로 동일한 방식을 이용해 출근하려 한다.
이런 행위 자체가 모두 최소한의 노력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뇌의 효율성 추구 경향 때문이다. 하던 대로 반복하면 최소한으로 일하면서 낯선 길을 지날 때 받아들이게 될 수많은 이미지들을 새롭게 파악하지 않아도 되고, 이미 저장된 정보들을 꺼내기만 하면 된다.
결국 '보는' 것이란 있는 그대로 현실을 인식한 후 결론을 내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정보를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이미지와 오래된 기억을 나물처럼 조물조물 무쳐내는 행동이다. 오늘 출근하며 지나온 거리 모습을 떠올려보자.
그 거리를 구성하고 있는 수많은 개체들을 떠올리려고 노력해본다면 우리 인식이 얼마나 불명확한 것인지 잘 알 수 있다. 길가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건물들이 서 있고, 자동차와 사람 등 물체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늘어선 가로수들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오토바이를 타고 두 대의 차 사이를 휙 지나가는 배달원의 경우에는 단 몇 초만에 눈앞에서 사라지기도 한다. 눈에 확 띄는 유별난 것들은 전체적인 모습이 아니라 이미지 조각이 되어 기억에 남기도 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남자가 매고 있는 초로색 목도리나 어제는 그 자리에 없었는데 오늘은 길옆 화단에 생겨난 지반 침하현상으로 인한 구덩이나 보도블록의 침하 등이 그런 예로 들 수 있는 것들이다.
또 핸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하는 동시에, 연인과의 시시콜콜한 문제, 직장 문제, 인간의 근원을 따지는 철학적 문제까지 고민할 수 있다. 이렇게 깊게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지만, 과연 우리는 정말 중요한 것을 제대로 가려내며 살고 있을까?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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