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라는 말은 장수 시대에 대한 기대를 새롭게 만들어 주고 있다. 요즘은 120세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UN이 전 세계 인류의 체질과 평균 수명에 대한 측정 결과를 토대로 사람의 연령 단계를 새롭게 정의했다.
새로운 기준에 따르면, 0세~17세 '미성년자', 18세~65세 '청년',
66세~79세 '중년', 80세~99세 '노년', 100세 이후 '장수노인'의 5단계로 구분하였다는 사실이다. 이 구분에 따르면, 인생의 청년기는 20대가 아니라 60대 중반이 되어야 끝나게 된다.
인생의 반환점을 도는 시기라고 할 수 있는 중년기와 노년기를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하겠다. 노화가 생물학적 신체적 변화일 뿐만 아니라 특정한 태도를 가지도록 사회적 인식으로서 작용한다.
사회적 통념은 노화를 부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하고 자연스러운 인생의 단계인 노년을 주체적으로 받아드리는 데 방해 요소로 작용하여 노년을 공포스러운 것으로 인식하기도 하지만, 노년 역시 인생의 자연스러운 단계이며 건강하고 활동친화적이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나이 듦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기보다 '지금 살아있음'에 주목하는 것이다. 언젠가는 '할 수 있는 것'이 사라지는 때가 오니까 말이다. 진료실에서 만나는 어르신들 멋진 말씀 중에 귀가 번쩍 뜨인다.
평소 건강할 때는 걷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심근 경색으로 쓰러져 절대 안정을 취하며 걷지 못하다가 이윽고 재활 치료를 병행하며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짧은 거리지만 걷는다는 행위 자체만으로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할 수 있는 것에만 주목하면 할 수 없는 것이 늘어났을 때 자신은 가치가 없다고 여기게 된다. 부모건 자신이건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살아있음 자체에 가치가 있다고 믿을 필요가 있다.
건강할 때는 좀처럼 이런 생각은 하지 않지만, 병에 걸리거나 병없이도 늙어간다는 사실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살아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살아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0점에 두고, 점수를 더해 나가면 어떤 일에든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들게 된다.
그런 마음이나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누군가 나에게 굳이 감사나 존경을 표하지 않아도 내 삶에 만족할 줄 알게 된다. 봄에 뿌린 씨에서 새 싹이 튼 이후 성장 자체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부단히 자라 벌써 매일 먹을 꺼리를 제공해 주는 야채를 보면 삶은 그 자체로 질리지 않는 과정이다.
분주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그런 느긋한 변화와 호응할 일이 없다. 그래서 느리게 움직이는 대상에는 관심을 기울이지도 않을지도 모르지만, 느리게 변하는 것을 향해 시선을 돌리면 우리 노후도 즐겁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8월 마지막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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