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 언론이 인공 수정으로 자신의 아이를 출생하게 한 병원을 상대로 자신의 아이 출생과 관련하여 병원을 사기 혐의로 고소한 사건이 알려졌다. 친아버지의 정자가 아니라 인공수정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정자가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 인공 수정 시술 수행 과정 중에 다른 사람의 정자가 사용되어 임신이 되었다는 것은 부당 출생이라는 의미다. 이번 사건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지만, 2016년 캐나다에서 세 가족이 미국에 기반을 둔 정자은행과 그 캐나가 지사를 고소했다.
정자은행이 한 기증자의 배경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했고, 허위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광고했고, 그 결과로 이 기증자의 정액으로 캐나다, 미국, 그리고 영국에서 36명의 아이가 수태하게 되었다. 2018년 애틀랜타 법원은 부당출생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기각했다.
정자은행이 기증자의 정보를 엉터리로 전달한 것은 분명히 사기지만, 관련된 아이들이 이 사건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애초에 기증자의 이름이 드러난 것을 알았을 때 의도적인 무지를 택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남자와 여자의 유전자가 결합하여 어떤 새 생명을 수태할지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부당출생이라는 표현 자체가 부당한 정자나 부당한 이식 난자로 수태된 아이에게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아이들은 자신이 부모가 원하는 존재였는가 질문하는 단계를 가지며, 흔히 부모가 다른 성이나 다른 자질을 가진 자식을 원했던 것은 아닌가 의문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어른이 되어서도 오래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론은 자신에게 의미 있는 부모가 자신에게 바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부모나 다른 사람의 말과 행동을 해석하고, 행간을 읽으며, 결코 만족스럽지 못한, 환상에 입각한 답을 만들어 낼 뿐이다.
자신이 부당하게 태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이에게는 어떤 환상이나 불안이 생기게 될까? 어떤 아이는 정자 주인에 관한 '진실'을 찾아내는 부모에게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 진실이 애초에 부모가 자신을 바라보던 방식이나 기대를 바꿔놓았을 것이니까 말이다.
'부당하게 태어난' 아이는 나중에 자신의 삶에서 어떤 심리적 장애를 맞닥뜨릴 때 그것을 유전자로부터 물려받은 인격 특질이 드러나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부모는 아이가 말을 안 듣는 것을 자신들의 책임이나 통제를 넘어선 유전전 영향으로 수용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은연중에 아이의 생물학적 특징을 미리 정해줄 수 있다는 가정적인 유전적 선택의 힘을 그대로 믿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아이에게 부당한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로 인한 불안을 겪으면서 갑자기 생물학에 대한 믿음을 잃고 만 것이라 생각된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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