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은 상대가 누구이거나 무엇이든 주고 받기를 기본으로 하고 있고, 상대가 차려준 것을 받으면 내 것이 되지만 받지 않으면 여전히 준 사람의 것이다. 상대가 화를 낼 때 나도 같이 화를 내면 싸움이 되고, 나쁜 업을 짓게 된다.
화를 내는 상대를 대하더라도 내가 화로 대응하지 않고 오히려 부드러운 사랑과 연민의 자세로 대응한다면 상대는 해로운 업을 짓더라도 나는 유익한 업을 짓게 되는 이치다. 더 나아가 자애와 연민으로 대응할 때 상대를 해로운 업에서 구해주기도 한다.
일상의 모든 결과는 자업자득의 결과를 스스로 짓고 받게 된다. 화가 날 때 화를 낼 대상이 실체가 없다는 사실을 통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내 주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의 실상을 꿰뚫어 알아차리는 힘이 필요하다.
화가 날 때 화를 낼 대상 자체가 실체가 없음을 이해하고, 화를 내는 일이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화낼 상황에서 쉽게 벗어나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세상 모든 현상들이 일어나는 인연 조건들은 조건이 다하면 저절로 소멸된다.
세상 모든 현상은 바람처럼, 빛처럼 무상하며, 이는 현상 자체가 변하기 때문이고, 무상한 현상에는 고정 불변의 영원한 실체도 자아도 있을 없으므로, 무상 그 자체는 무아이고 공한 일시적 현상일 뿐이므로 화를 내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행동이다.
어떤 사람에게 깊은 원한이 있어서 그 사람 생각만 떠올리더라도 불같은 화가 일어나지만, 나 자신에게 일어난 분노의 원인을 찾아보니 그를 나쁜 사람으로 규정하고, 그것에 집착하는 탐욕 때문임을 알게 되고, 그런 탐욕은 나쁜 사람으로 실체화하는 어리석음 때문이다.
우리 모든 희로애락의 조건들은 무상한 현상 조건에 의해 형성된 것이므로, 거기에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실체라는 것이 없으므로 무아임을 알아차리게 된다. 나 자신도 단지 조건에 의해 형성된 몸과 마음의 결합체일 뿐이고 변하기 마련이다.
지금 현재 나쁜 사람이라고 할 사람은 있지만, 그런 존재의 실체는 없으며, 그 또한 나처럼 눈 앞의 조건이 변하면 행동 또한 변하게 될 수 있음을 깨달으면 죽이고 싶도록 미워하는 감정은 없어지게 마련이다. 그런 바탕에서 협력과 동지애가 공유될 수 있다.
과거의 모습을 나쁜 사람이라는 고정된 모습으로 실체화하는 어리석음으로 인해 현재에도 나 자신이 화를 내고 고통을 받고 나쁜 업을 짓게 되는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을 계속하고 있음을 알아차리면 지금까지의 집착과 화도 버릴 수 있게 된다.
현재의 삶은 지나간 과거의 상황이나 후유증이므로 거기에 존재성을 부여하거나 조건짓지 말고, 현재의 눈 앞의 현상 자체의 조건 그 자체를 통찰하게 되면, 모든 것은 무상하므로 현재의 나쁜 조건도 쉽게 버리고 더 다함께 공유할 수 있는 진보의 길을 볼 수 있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입동의 금요일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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