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라고 하는 거대한 책 속에는 사람이 살아가는 철학이 기록되어 있고, 그 철학은 우리 눈앞에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그 책은 먼저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과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이해하여 그 문자를 읽을 수 있도록 배워야 가능하다.
그 책은 수학이라는 언어로 쓰여 있으며, 수학이 아니고서는 그 책의 단어 하나도 인간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수학 없이는 어두운 미궁 속에서 헤매게 된다. 과학은 우리의 지식을 수학적으로 공식화하는 과정이다.
엄밀하고 전적으로 객관적인 요소들로 이론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어떤 본질이나 원리를 수학적으로 공식화한다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공식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명료하게 만들고, 자주 그 이론의 예상치 못한 결론들을 도출해낸다.
수학으로 된 객관화를 요청한다는 것은 어떤 경험의 일인칭에 의한 주관적인 설명들을, 그것이 치통에 관한 것이든 굉장한 신비 체험에 관한 것이든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 기술들을 한 마디로 공공의 영역 안에 있지 않는 것이다.
그런 기술들은 한마디로 공공의 영역 안에 있지 않는 것으로 다른 독립적인 관찰자에 의해 검증될 수도 없으므로 과학에는 적합한 자료들이 아니다. 그러나 의학자는 치통이나 신비 체험을 하는 사람의 뇌 상태를 측정할 수 있다.
이런 자료는 객관적이며, 과학적 분석에 적합하지만, 치과의사의 드릴로부터 야기된 예리한 통증이나 신비 체험에서 오는 강렬한 쾌감과 행복을 직접 측정할 수는 없다. 이런 양상의 경험들은 어쩔 수 없이 주관적이며, 과학의 영역 밖에 있다.
과학도 항상 변하고 있으며, 그러면서도 항상 객관을 다루고 있다. 과학에서 수학과 객관화를 강조하는 점은 불교와 뚜렷하게 대비되는 부분이다. 불교가 최종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비이원적인 체험이다.
그런 비이원적 체험은 수학이나 언어적 개념을 통해서는 얻을 수가 없으며, 의심의 여지 없이 일인칭의 주관적 체험이다. 불교가 정교하고 고도의 철학적 체계와 심리학적 체계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최종적으로 호소하는 것은 비개념적인 체험이다.
이런 체험은 개념화할 수 있는 내용에 부합하는 명확한 주제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과학적 경험이 얼마나 객관화를 요구하는지 알 수 있지만, 마음의 본성에 관한 불교적 명상은 비개념적 지식의 특수한 하나의 예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우리의 자아로 취하고 있는 경험의 주체는 개념적 사유를 중단함으로써 희박해져서 결국은 그 마음을 직접 파악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이런 앎은 객관화도 아니고 구체화도 아니다. 일인칭의 실험 또는 경험은 객관화, 계량화할 수 있어야 하는 과학적 지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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