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세월이든 짧은 세월이든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일이 잘 풀릴 때도 있지만, 그 반대로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고 나의 진행을 막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럴 때는 나 자신의 감정과 기분을 잘 잡아야 한다. 자칫 지구 밖으로 떨어져 나갈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달리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었고, 잘 지나갔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을 때가 있다. 주로 일교차가 커지고 계절이 바뀌는 시절에 그런 감정을 확인할 때가 있다. 따뜻하던 습하던 날씨가 상쾌하고 흐린 날이 지속되면서 그런 기분을 이기지 못한 사람들을 애도하면서다.
정서가 안정된 사람들은 모든 일에 통달한 듯 태연자약하면서 뭐든지 고치기를 좋아한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그들을 올바른 생활인으로 돌아오게 하기 위해 자주 조언을 하게 된다. 영화나 운동 등 문화적 취미 생활이나 봉사활동을 권하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개인적으로 나와 다른 개체인 사람들의 일을 대신 해결해 줄 수 없다는 생각이다. 각자가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극복하려 노력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단지 말 그대로 지구에서 튕겨나가지 않게 잘 붙잡아 주는 일일 뿐이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잘 이해하고 알게 되는 것이지만, 취미 생활이나 자원봉사에서 얻는 위안은 거의 대부분이 일시적일 뿐이다. 세상에는 그런 활동조차도 아예 할 수 없는 사람도 우리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어떤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는 지금까지 중독과 우울증에 굴복한 모든 사람의 편안한 안식을 위해 기도하게 된다. 어느 누구든 기분이 물에 뜬 작은 배처럼 울렁거리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가 아직 지구를 떠날 때가 아닌데 죽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니까 서로 안심하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머리 속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각은 그냥 파도나 꿈과 같다. 파도나 꿈을 거기에 빠져야만 존재를 알 수 있다.
그것은 현실이 아니다. 말 그대로 그냥 꿈이고 파도일 뿐이다. 그 속에 빠졌다는 착각에 너무 불안한 나머지 잠깐 판단력을 잃었을 뿐이다. 그것을 깨닫기만 하면 저절로 해결된다. 두려움에 지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믿을 수 밖에 없다.
어떤 사람은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을 겁이 나 걸어서 건너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과는 맑은 한낮에 함께 이야기하며 건너는 훈련이 필요하다. 차차 그런 상황에 익숙하면 밤에도 건너는 경험을 더하면 자연스럽게 강을 건널 수 있게 된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서울에 살면서 한강 다리를 보며, 차와 지하철로 건너 다니면서도, 다리가 저수지의 댐처럼 어마 무시한 모습으로 착각하거나 왜곡할 수 있다. 한강 다리는 그냥 단단한 땅과 같은 왕복 6차선 도로일 뿐이다.
바람에 날려가도 나를 붙잡아 줄만큼 튼튼한 보호대가 설치되어 있다. 다리 위에서는 막힘 없이 부는 바람과 어깨동무를 해도 되고 마주하며 씨름을 하는 상상을 하면 오히려 두려움이 즐거움으로 변하게 된다. 한강 다리 때문에는 죽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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