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생태계에서는 아기 없이는 인간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 번식에 성공하여 다음 세대를 재생산할 때만 진화가 가능해진다. 우리 인간에게 이것은 엄청난 과업이었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연계의 그 어떤 종보다도 장기간인 십사오 년은 보살핌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은 큰 두뇌로 인한 필연적인 결과이며, 뇌가 완성되지 모한 상태로 태어나는 이유는 그렇게 큰 머리로는 어머니의 산도를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출생 이후 이십여 년에 걸쳐 각종 신경망이 연결되고 갖가지 기능이 발달하면서 비로소 완성된다.
갓난 아기는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지켜보고 보호해 줘야 할 뿐만 아니라 가르치고 먹이기까지 해야 하는 존재여서 배우자 없이 혼자의 힘으로는 그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남자들은 집에 남아 젖을 먹이는 산모를 위해 수렵채집을 위해 집을 나가야 한다.
반면에 여자들은 혼자서 젖먹이를 키울 수 없으므로 집단내 유대감은 피할 수 없는 사명이었다. 이런 사회적 약속의 핵심에는 항상 아기가 있다. 인류 역사와 모든 문명권을 통틀어 인간 재생산 과업에는 성인 넷에 아이 하나라는 비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가 사회적 동물이 되어야 하고, 서로 협력해야 하는 이유이며, 이 협력을 가능케 하는 공감 능력이나 언어 능력 등이 발전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의 다른 모든 특성들은 사실 오로지 이 조건에서 파생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감성과 폭력성, 공동체와 전쟁, 이야기 능력, 춤과 음악은 전부 2차적 특성들이다. 인간은 얼마간이나마 서로의 안위를 돌보았으나 침팬지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인류학자의 이야기가 바로 그 것을 말해주고 있다.
어제의 현대 대전 아울렛 건물 화재에서도 보였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이 더 힘없는 존재를 돌보고, 그러다 자신을 희생하기도 하는 예들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이것이 우리 사회의 특성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특징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스스로가 다른 존재의 생존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능력을 누구가 가지고 있으면서도 너무나 쉽게 이런 능력을 간과해 버리고 만다. 그 결과 심오하고 근본적인 삶의 요소들에 대해 늘 그렇듯 너무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넘어가기 때문에 갈등이 생겨난다.
많은 인류 조상들의 화석들이나 유골 가운데 대부분의 두개골에 치아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것은 죽기 훨씬 전부터 치아가 소실된 상태였으며, 노환을 앓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으며, 말년에 다른 사람의 도움에 의지해 살았음을 보여준다.
즉 오늘날의 인류가 나타나기 훨씬 전부터 인류 조상들에게는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없는 이들을 돌봐주는 습성이 있었다는 의미이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베풀기 위해서는 막대한 에너지가 소모되고, 공감 능력이 자신이 치르는 대가에 비해 더 큰 이득을 가져다주는 행위임에 틀림 없어 보인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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