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진료실이 있는 상가가 오래되어 재건축을 함에 따라 10월 말까지 비워야 한다. 그래서 어떻게 할 계획인지 묻는 분들이 많다. 옛말에 "매미가 허물을 벗듯 달아나라"는 말을 많이 생각하게 된다. 36계에 나오는 말로 금선탈각(金蟬脫殼)이 그 말이다.
먼저 진지의 원래 모습을 보존하고, 아군의 방어하는 태세를 견고하게 유지한다. 그래야 우군도 의심하지 않고, 적도 함부로 움직이지 않는다. 이를 틈타 은밀히 주력을 이동시켜 위기를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내가 1995년 공직에서 은퇴할 때도 마지막 3개월 정도 휴가를 갈 수 있었지만, 감선탈각의 뜻에 따라 11월 30일 일과시간까지 근무를 하고, 12월 1일 아침에 그 동안 준비해왔던 진료실로 출근해서 진료 업무를 시작한 것도 그런 마음의 영향이 컸다.
금선(金蟬)은 매미, 탈각(脫殼)은 곤충의 변태를 말한다. 일상에서는 '탈'을, 즉 허물을 벗는다는 뜻의 '태(蛻)'와 같은 맥락이다. 애벌레에 불과하던 매미가 성충이 되어 금빛 날개를 가진 화려한 모습으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형용한 것이다.
위장전술로 적의 감시망을 피해 위험 지역에서 빠져나올 때 쓴다. 주의할 것은 ‘탈각’의 시점이다. 너무 빨라서는 안 된다. 이길 가능성이 있을 때 계속 싸워야 하고 부득이할 때 비로소 금선탈각을 시도할 수 있다는 취지다.
너무 늦어서도 안 된다.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는 지체하면 지체할수록 몰살당할 위험이 커진다. 살아가면서 우리 누구나 다 여러 유형의 곤경을 겪게 마련이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곧바로 여러 수준의 강적과 맞서게 된다.
몇 차례 승리를 거두면 이내 전면전이 불가능할 정도의 막강한 세력과도 맞부딪치게 된다. 이때 자고자대(自高自大), 즉 스스로 잘난 체하여 교만하게 행동하여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것은 자멸의 길이다.
강한 적일수록 우회노선을 택할 필요가 있다. 금선탈각의 묘책이 여기서 힘을 발휘한다. 형세가 불리할 때 겉으로는 계속 원래의 기세를 유지하여 은밀히 궁지에서 빠져나간 뒤 때가 오기를 기다린다. 화를 복으로 바꾸는 전화위복의 비술이다.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다. 잘 나가던 기업들이 망한 이유는 '관료주의 침습'이다. 모든 기업이 정상에 올라갔을 때 현실에 안주하다가 패망했다. 한국 전쟁 이후 시작된 산업개발시대에 유행하던 "회의가 길어지면 공산주의다"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회의가 많아지고, 시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실제로 관료주의 침습의 나쁜 조짐이다. 또한 이 때 경계해야 할 것은 보안 누설의 위험이다. 회의가 많아지고, 시간이 길어지면서 말이 많아지면 피할 수 없는 함정이다.
이론적으로 비밀 누설을 완벽히 틀어막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런 위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자신을 성장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속적인 욕망에 집착하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
또 하늘과 땅을 속일 길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두려움을 가지며, 허물을 고치기 위해서는 단호하고 용감한 마음을 가지고 결심과 실천을 미루거나 주저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살을 찌르는 가시는 빨리 뽑을수록 도움이 된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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