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자아는 대뇌의 거대한 컴퓨터 속에서만 존재한다. 이곳에서 이것 저것 존재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하지만, 심장을 빠르게 뛰게 하거나 체온을 올리거나 혈압을 낮추고, 위장을 움직이는 등 생명 유지나 체온조절 같은 기능은 자력으로는 전혀 할 수 없다.
이런 기능들은 뇌간이나 그 주변의 뇌조직들이 하고 있다. 대뇌 피질이 아무리 고심해서 뭔가를 하려 해도 신체를 조절할 수는 없다. 나 자신은 대뇌의 회로 속에 존재하지만, 신체는 지구 40억 년의 역사 속에서 태어난 60조 개의 세포라는 유기물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나는 신체를 빌려 전세 살이를 하고 있는 형태이다. 그러므로 산소 호흡에 따라 신체는 서서히 산화되어 낡고 쇠약해진 끝에, 죽을 때가 되면 몸을 원래 주인인 지구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대뇌 컴퓨터의 스위치가 딸깍하고 꺼지면 우리 삶도 끝이 난다.
그 전에 나의 대뇌에 저장된 지식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언어를 통해 자식과 손자들에게 전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또 자식을 남겨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염색체(DNA)를 성화 주자처럼 다음 선수인 자식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죽어 없어지더라도 자식에게 이어진 나 자신의 염색체가 전해져 있고, 대뇌에 저장된 지식도 자손에게 계승되므로 나는 소멸되거나 죽음으로 모든 것이 없어지지도 않게 된다. 그래서 그런 일들이 잘 유지, 성립되는 삶이 훌륭한 죽음이다.
젊어서 인생의 뜻을 세워 자신의 도덕관에서 비롯한 가치관에 따라 충실하게 살아가며, 나이 들어 후회하지 않고 깨끗하게 죽는 것이 그런 훌륭한 죽음이라 할 수 있다. 젊을수록 '죽음에 집착하는 모습이 가장 추한 삶'이라는 일종의 체면이라는 것이 있었다.
도덕적 체면은 유교의 삼강오륜 내용과 아주 유사하며, 간단하게 인간 본연의 도덕적 예의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사회에서 개인의 도덕 품격에 대한 자신감으로 윤리 도덕 규범을 따르려는 욕구에서 발생하는 개인의 도덕적 실천 의지로 나타나기도 한다.
내가 일상에서 외부로 표현하는 모든 이미지가 도덕적인 예의 규범의 기준에 다다랐을 때, 나 자신과 교류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중과 우대를 받거나, 반대로 이에 미치지 못하고 이를 소홀히 생각한다면 주변의 냉담한 시선을 피할 수 없어 체면이 깍이는 식이다.
일상의 삶에서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도덕 품격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윤리 도덕 규범을 따르려는 실천 의지를 체면이라 여기며, 이를 벗어난 행동을 피하려 한다. 내 행동이 주위에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고립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체면 유지를 위해서라도 이런 부정적 상황을 피하려는 강한 동기가 내부에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옳은 방향을 찾고자 노력하는 이러한 내재적 저항은 자신의 체면을 유지할 수 있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의 일상적인 내재적 가치 중 체면, 특히 도덕적 체면은 개인을 다스리는 힘을 지니고 있다. 만약 도덕적 체면이 상실되면, 공동체 의식 혹은 집단 의식은 상당 부분 훼손되기 때문에 사회 생활에서 체면은 사회 질서를 유지하려는 개인들의 마음속 최후의 종소리라 할 수 있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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