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은 세상에 맞설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로 태어난다.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연약한 아기들은 무력하게 누워 자신의 생존에 필요한 음식, 안락하므 그리고 위안을 다른 사람들이 제공해 주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영양 공급과 배설마저 아무 걱정 없이 반사적으로 해결했던 편안한 자궁 속에서의 삶 이후 갑작스러운 분리가 찾아온 것이다. 차가운 공기가 몸을 휘감고 홀로 무력감에 고통스러워한다. 유아의 아주 느린 신체 발달에 비해 빠른 인지 발달은 여러 면에서 악몽과 같다.
핑요한 것이 눈앞에 있지만 움직여 손에 넣을 수는 없다. 고통을 느끼지만 없앨 수도 없는 등 아기들의 출생 이후의 악몽들은 이런 초기 두려움이라는 자극의 상처가 사라지지 않고 끊임없이 악몽으로 재생산되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아기들은 상황을 인식하게 되는데, 생후 한 달이 되면 다름 사람과 부모를 구분할 수 있으며, 한 사람을 한 명의 개체로, 눈앞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이미지를 실재하는 물질로 인식하는 것은 훨씬 나중의 일이기는 하지만.
아기들이 손과 발 같은 자기 신체의 일부와 외부 사물의 차이를 인식하는 데도 수 개월이 걸린다. 처음에는 손가락과 같은 신체 일부를, 나중에는 담요 귀퉁이나 고무 젖꼭지 같은 사물을 입에 넣으면서 동일성과 외재성에 대해 끊임없이 실험한다.
이런 모든 학습 이후 걸을 수 있기까지, 심지어 혼자 기어 다닐 수 있을 때까지도 여전히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와 함께 울음소리도 점차 알아들을 수 있는 음절의 형태를 갖춰 간다. 우리 삶은 이렇게 새롭게 형성되고 또 변형되면서 용케 살아남는다.
유전적으로 처음으로 갖게 되는 감정인 두려움은 사랑과 상호 존중의 주변을 맴돌며 그 모든 과정에서 지속되고 또 그 모든 과정에 영향을 끼친다. 좋은 시간도 있지만, 고통의 세계는 동시에 기쁨의 세계이기도 하다.
우리가 도착한 이 '빛의 나라'에는 놀랄 만한 아름다움과 즐거움이 있다. 아이의 첫 자발적 움직임은 바로 그 황홀한 빛을 눈으로 쫓는 것이다. 또 조용한 위로의 시간도 경험한다. 엄마의 젖이나 젖병을 빨 때, 달짝지끈한 냄새가 나는 따뜻한 몸과 부드러운 필에 안겨 있을 때이다.
하지만 이런 일은 스스로 이룬 일이 아니라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 것뿐이며, 아기는 그 상황을 어떻게 다시 만들 수 있을지 아직 모른다. 그러다 날카로운 울음을 터뜨리면 보통 배를 채울 수 있거나 신체가 편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필요한 것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사람이 그것을 제공하게 만드는 것뿐이다. 정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아이가 있다고 해도 여자들과 달리 함께 시간을 보내거나 주의깊게 아이들을 관찰하지 않는다.
이처럼 아기의 입장에서는 신뢰도 규칙도 안전도 없다. 지금 이 순간의 고통만이 실재하며, 즐거운 안락의 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다시 불안과 공포가 이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 짧은 즐거움의 순간도 곧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으로 희석되어 버린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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