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삶이든, 전문적인 작업이든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실수를 저지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시급히 사과하거나 후회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표현은 "정말 미안해."인데, 그것도 '미안해'가 아니라 '정말'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 사과의 효과는 즉각적이고 강력하다. 이 말을 들은 상대는 무장 해제되고, 끓어올랐던 화나 분노도 사라진다. 더욱이 이 말은 상대에게 항복했거나 패배했다는 표시가 절대 아니다. 반대로 진정한 잘못이 누구에게 있는지 따지기보다 그저 자연적인 반응이다.
이렇게 진심을 다해 즉시 사과하는 사람이야말로 자부심이 높은 것이다.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사소한 사건이나 실수,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발을 밟았거나 부딪쳤거나 상대가 들고 있던 짐이나 물건을 무심결에 쳤거나 주차장에서 다른 차를 긁은 상황들이다.
전화 통화 중에 실수로 종료 버튼을 눌렀다고 해서 주먹다짐이 벌어지지는 않지만, 순간적인 짜증이나 가벼운 분노는 치밀어 오를 수 있다. 이런 감정은 "미안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로 순식간에 완전히 사라지고, 이 말을 한 사람에게는 굴욕감이 아닌 자부심이 드러난다.
자존감이 부족한 사람들은 이런 사소한 실수도 감추려고 한다. 누구 잘못이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누군가가 우리에게 부딪쳤다면 먼저 "미안합니다."라고 말하자. 그 말에 상대가 짜증으로 대응한다면 마음 속으로 그 사람이 천박하다고 치부해버리면 끝이다.
"미안합니다."와 "실례합니다."의 차이도 분명히 해두어야 한다. "실례합니다."라는 표현은 사과도, 후회의 표현도 아닌 그냥 단순한 요청일 뿐이다. 누군가와 부딪쳤는데 "실례합니다."라는 말은 적절치 못하다.
일이 벌어지고 나서 요청하는 꼴이 된다. 어투도 잘못되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이 한 일은 전혀 문제가 없으니 상대에게 마음에 담아두지 말라고 요청하는 소리로 들린다. 이렇게 비교적 사소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사과의 힘을 알아보려 한다면 일상사를 생각해보면 된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횡단보도 신호에 멈춰섰다. 신호가 바뀌고 앞에 있던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뒤를 따른다. 반드시 횡단보도나 지하도에서는 자전거도 보행자와 같이 내려서 걸어서 건너야 한다.
그러지 않고 타고 건너며 주위 보행자를 살피려 고개를 돌리는 순간 앞사람과 부딪치고 넘어지고 만다. 실질적인 피해는 없지만 앞에 있던 보행자에겐 밝은 대낮에 벼락 맞은 느낌일 수 있다. 불같이 화를 내며 막말과 욕설을 내뱉는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그의 잘못일 수도 있지만. 자전거를 타고 건너려던 나의 잘못이 더 크다. 선택권은 나에게 있다. 내가 그 사람처럼 막말과 호전적 태도를 되돌려줄 수도 있다. 이럴 때 가장 강력한 말이 "미안합니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자부심이 높은 사람이 아니면 쉽지 않는 일이다. 진정 자부심이 높은 사람은 이렇게 사과를 하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다. 낯선 사람과 말싸움을 할 필요를 못 느끼며,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로 상대는 무장해제되면서 입을 다물게 되기 때문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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