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나는 씨앗을 심고 가꾸는 것을 좋아했다. 결혼해서 청평에서 군대생활을 할 때도 관사앞 화단에 나팔꽃을 심고 주위로는 코스모스와 호박을 심어 여름내내 나팔꽃과 호박꽃, 그리고 코스모스 속에 살았던 기억이 새롭다.
이렇게 비가 오고 땅이 부드러워지면 호미나 삽으로 가볍에 땅을 고르는 일이 더할 나위없이 재미있다. 씨를 뿌려 작은 싹이 고개를 내밀 때의 그 감동과 잡초를 뽑아주고 싱싱하게 자라는 것을 보며 정말 즐거움과 기쁨을 느끼게 된다. 담벼락마다 올라간 호박줄기에서 호박이 달려 커는 것을 보면 아이들이 성인으로 자라는 것이나 똑같은 보람과 뿌듯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봄부터 가을까지 지긋한 관심과 관리 끝에 얻는 꽃들과 열매와 과실들의 수확은 적든 많든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연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 이치를 깨치는 귀중한 공부과정이 되곤 했다.
한껏 어울린 꽃들 속에 자리를 마련하고 이웃들과 모여 담소하며 소주 한 잔 하면서 수확한 호박 하나씩을 나누는 즐거움 속에 정말 사람 사는 맛을 모두들 느끼곤 했다. 이런 유쾌하고 즐거운 기분 때문에 다음 해 봄에 또 텃밭을 일구게 된다.
우리가 자식을 키우는 것도 목표만 바라보고 과정을 괴로움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 하나하나를 즐길 수 있어야 목표에 도달해도 거기에 집착하지 않게 되어 다시 또 다른 목표를 만들며 계속 나아갈 수 있다.
돈은 쓰기 위해 버는데, 모으기 위해 버는 사람들이 있다. 쓰기 위해 번 사람들은 아기자기하게 자신이 필요한 것을 사고 먹고 여행도 다니며 즐겁게 살지만, 모으기 위해 버는 사람들은 돈은 많아지지만 언젠가는 그 쓰임새 잃은 돈 때문에 괴로움을 겪게 되는 것도 똑같은 이치이다.
돈도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지 않는 주인과는 이렇게 갈등을 하는데, 가정을 가지고 있으면서 배우나자 자식들, 혹은 부모나 친구들을 자신의 인생놀음에 등장한 배우쯤으로 생각하고 위로받으려 한다면 갈등과 원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나의 삶이 중요하듯 가족들도 각자 자신의 인생이 절대적으로 소중하게 생각하므로 함부로 그들이 원하지 않는 가치를 부여해서도 안되며, 원하지 않는 배려나 간섭도 해서는 안된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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