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상 변하고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말하면,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변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변하면 다음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익숙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동란 전쟁 후 베이비붐, 또는 산업화 세대는 필사적인인생을 살아왔다. 지금도 그때의 생활 자세나 습관이 몸에 베어 있어서 자식들이 우리 생각에 따르기를 강요하기도 한다. 요즘 MZ세대와 맞지 않아 서로 대하는 태도가 냉랭해지기도 한다.
부모에게 자신도 모르게 냉랭한 태도를 보이게 된다는 것이 그 사람의 부모를 대하는 몸에 밴 방식이다. 뭔가 일이 있을 때마다 시대에 뒤떨어진 말 좀 그만하라거나 지금이 호랑이 담배필 적 시절이냐며 부모에게 반발하기도 한다.
부모는 자식의 그런 태도를 보고 자식이 커면서 달라지기를 바랐을 것이다. 자식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자식 교육을 잘못시켰기 때문이라며 자식을 교정하려 든다. 그런 부모에게 맞서 반발하며 차가운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다.
여러 조언에 대한 고마움을 먼저 표현한 뒤에 부모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그만이다. 부모를 달라지게 할 수는 없다. 바끌 수 있는 것은 자기 자신뿐이다. 여태껏 보인 쌀쌀한 태도에도 부모가 바뀌지 않았다면 다른 시도를 해볼 수도 있다.
우리는 모두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그렇게까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웃으며 이야기할 수도 있다. 고마움은 표현했지만, 부모 의견에 따를지 말지는 자기가 결정하면 된다. 부모 뜻에 따르지 않겠다고 하면 부모는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적어도 자기 생각을 보모에게 전달할 수 있었고, 그것이 부모 자식 관계의 본연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자기 생각만 주장하지 않으면 마찰이 일어나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자기 생각이 전해지지 않으면 긴 안목으로 볼 때 대인관계는 나쁜 방향으로 흘러간다. 애초에 부모는 의도작으로 자기 생각을 강요하려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부모로서 당연한 처사라고 믿었기에 자식이 불쾌하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을 수도 있다.
나의 조언에 알겠다고 말한 사람도 다음 순간, "그렇지만..."이라며 불가능한 갖가지 이유들을 들이대기도 한다. '그렇지만'은 한다, 하지 않는다가 대립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다,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결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을 말하는 사람은 자신을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바꾸고 싶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언행을 한 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이유로 지금 자신의 언행이 부자연스럽고 불편해도 바꾸려 하지 않는다.
나를 바꾸면 주변 사람도 달라진다. 익숙한 변화가 아니라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나쁜 변화는 아니다. 생전 처음 하는 일이 어색하기 마련이지만, 한 번이라도 해보면 다음부터는 익숙해진다. 첫 걸음을 내딛는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