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친구가 하느님의 부름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 매일의 삶도 그 순간은 분명 무언가 있는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역시나 아무 것도 없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실체로서 인정될 것이 없으며, 우리 머리 속에서 맴도는 기운의 흐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실체로서 인정될 것이 아무 것도 없으며, 단지 이름이 있을 뿐이라고 말씀하신 듯하다. 이렇게 볼 때 진리를 행한다는 것도 비움의 이치를 잘 이해하고 체득해서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일임을 알 수 있게 된다.
말하자면 사람도 물건도 본래 실체가 없으며, 실체가 없으므로 사람으로 존재하기도 하고, 물건으로서 존재할 수도 있다고 깨달은 것은 우리의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라고 이해된다. 자극과 반응이 나와 환경, 주관과 객관, 오감과 육경의 실체성이 부정이다.
주관과 객관을 통해서 일단 우리의 상식적인 과오가 부정된 셈이 될 것이며, 서로 다른 하나, 즉 인연이라는 수단에 의지하고서야 성립될 수 있는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총괄해서 안팍이 다 비어 있다고 할 수 있게 된다.
어떤 실체적 존재가 없다는 말은 상호 대립의 존재성을 부정한 것이므로 안에 대해서는 밖, 유에 대해서는 무라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대립이 당연히 모든 유무를 부정하는 것만으로도 일체가 부정되었다고 보인다.
그러나 아직도 비움이라는 것의 실체를 예상하는 일이 일어난다. 즉 사람이든 물건이든 모든 대상과 대립하는 절대까지도 부정하는, 상대를 넘어서는 절대적 비움, 필연적 경지인 비움이라는 사고방식과 같은 태도이다.
깨달음으로 인해 얻어지는 고집멸도의 진리에 대해, 깨닫지 못한 범부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탐진치의 고뇌와 애착 같은 마음 감정에서 생각되는 문제가 있다. 세속의 눈으로는 좀체로 포착되지 않으며, 인연의 연기에 의해 생긴 것도 아니라 부정하기도 힘들다.
의식적인 모든 것을 포함하여 여러 인연 조건에 의해 생겨나는 모든 것도 생각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깨달음 같은 여러 인연 조건에 의해 생겨나지 않는 생명을 초월하여 존재한다는 것 자체도 사실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해도 또 집착하는 것이 거기 남아 있어서는 안 되므로, 최후로 다시 한 번 모든 비움이 아닌 것 또한 없다고 강조하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5시 55분 55초...처럼 무한히 연속되면서도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며, 그런 생각조차도 없다.
처음이 있다거나 없다거나 하는 생각을 부정하는 것으로 생사의 근원을 찾아 시간적으로 그 근원을 캐어도 포착될 것이 없이 다시 그것이 집착하게 될 뿐이다. 여러 조건의 결합에 의해 이루어진 것은 그 조건이 없어지면 그 뿐이다.
그러나 시간적 순간이나 자동차 바퀴의 실체 또한 포착할 수는 없으며, 그런 만큼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사물과 대상에는 그것으로 존재성을 나타내는 본성 또는 실재성이라는 것이 있을 수 있지만, 그런 성질 또한 비어 있는 어떤 이름에 불과하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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