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치킨 게임’은 제발 그만, 이제는 의정 대타협을 이루어 내자
정부는 작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대표적 개혁과제로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와 의대 증원을 발표하며 의료개혁 기치를 올렸다고 자화자찬하고 있지만, 선거에서도 지고, 약속했던 의료 개혁도 ‘의사를 악마’로 몰아가는 정책 홍보로 인해 지지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의대 정원이 내년부터 대폭 늘어나 의사 인력 부족 해소의 전기가 마련됐지만, 현재 해결이 시급한 문제는 의료 공백 해소보다 의학 교육 정상화로 바뀌어 있고, 의료 공백은 내년에도 장기화할 전망이다.
작년 의사 국가시험에서도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생들이 국시를 거부하면서 내년에 배출되는 신규 의사는 작년보다 약 3000여명 정도 줄어 대부분 외국의대 출신들로 채워진 거의 몇 백 명 단위로 턱없이 줄어든 듯하다.
2월에는 전문의 자격시험 1차 필기시험도 예정돼 있지만, 병원을 떠난 전공의 대다수가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고 있어 전문의 배출도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고, 휴학한 의대생 3000여 명이 내년에 복귀한다고 해도 문제다.
내년도 신입생 4610명까지 포함하면 예과 1학년 수업을 받는 학생 수는 기존 규모의 두 배가 넘는 7500명 이상이어서 스승에서 제자로 직접 전수되는 도제교육의 틀인 의학 교육 특성상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신년사를 통해 “의료 공백을 해소하고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 개혁을 착실히 추진하겠다”라며 정부가 탄핵 정국으로 중단된 의료 개혁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의료계와의 협의가 핵심 과제다.
“국민과 의료인 모두가 공감하는 우수한 의료 인력 양성체계를 마련하고 지역·필수 의료가 더는 소외되지 않도록 의료전달체계와 보상 체계를 획기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혔지만, 전공의와 의대생의 이탈로 촉발된 의료공백은 지속 가능한 의료체계 개혁의 공감대를 넓혔다.
노인 인구 증가, 1인 가구 확대 등 사회구조가 변하면서 의료정책을 둘러싼 갈등 구조도 의사 내부, 의사와 간호사, 의사와 환자 갈등이 복합적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 특히 노인병 전문의 도입, 의사가 환자를 직접 찾아가는 방문진료 확대, 외국인 의사와 간병인 확대 문제 등 극심한 갈등이 예상되고 있다.
의정 갈등이 길어지는 반면, 의료 공백 상황을 대화로 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희박해지면서 환자들의 불안과 불편이 가중되면서 의료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막기 위해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2000년 의약분업, 2014년 원격의료 도입, 2020년 의대 입학정원 확대 등 정부가 의사계 이해가 걸린 의료개혁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의사들은 여지없이 집단행동으로 저지에 나섰고, 작년에 의대 증원을 재추진하면서 4년만에 다시 반복되었다.
벌써 9개월 넘게, 해를 바꿔가면서 의료공백상황이 이어지고 있으나 양측이 대화로 풀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희박해지고 있는 원인은 상호 불신에 의한 진지한 대화와 소통의 부재에 있다.
양측이 상호 신뢰 속에 의료정책을 논의하고 조율할 수 있는 제도적, 사회적, 그리고 문화적 환경이나 분위기가 갖춰지지 않은 탓에, 정부가 정책을 발표하면 의사는 일단 반대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국민이 입는 상황이 관습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의료계를 포함한 각계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공통된 해결 방안은 상설 사회적 대타협 기구 구성이다. 의료정책에 있어 의사들이 지닌 전문성을 존중하되, 다양한 이해당사자와 전문가 그룹이 함께 참여한 바탕에서 중지를 모아 실효성과 정당성을 갖출 수 있다.
늦었지만, 더 이상의 소모적 갈등을 막고, 승복 가능한 정책 도출을 위해 속히 정부와 의료계, 환자, 시민사회, 인구학자, 통계학자, 사회학자 등 정책 환경 제반을 분석할 전문가 그룹, 정치권을 아우르는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설치해 범국가적 대화를 진행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