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를 설계하는 엔지니어나 장비를 조작하는 기사도 똑같이 한 명의 인간으로 두 사람 모두 기계조작의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가능하면 사용하기 쉬운 통제 장비와 표시체계를 공급하여야 사고를 방지할 수 있다.
의정부 경전철 철로 가설공사의 사고도 역시 기사의 조작잘못으로 밝혀지고 있다. 1989년 영국사우스런던에서 한 기관사가 두 번의 위험신호에서 누르게 되어 있는 버튼을 두 번다 눌러놓고도 정작 브레이크는 걸지않아 다른 열차와 부딛치는 사고가 나서 5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 만약 자동화 반응으로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면 전철은 중앙통제로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걸려서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험신호에 반응하여 버튼을 누르는 것은 일종의 자동화 반응이지 기관사가 반드시 위험신호를 자각했다는 의미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발생하는 용접공사 현장에서의 화재 사건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사고의 대부분은 기사들의 인간적 한계를 고려하지 않고, 뻔히 알 수 있는 일반인들의 반응을 매뉴얼에 없다는 이유로 무시하기 때문에 발생하기까지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 일을 기획하면서 사고에 대비하여 능동적인 준비에 대한 행위는 차치하고, 토의 자체를 부정탄다고 하여 터부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게 위험을 무시하거나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과신이나 혹은 모든 가능성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못해서 벌어진다. 임산부가 먹으면 팔다리가 없는 기형아를 낳을 수 있는 수면제 탈리도마이드의 비극처럼 어떤 약이 그 약을 복용한 사람의 몸에 정말로 무해한지 확인하지 못한다면 태아에게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
김영삼 정부 때 핵발전소와 사용후 핵연료의 저장 때문에 시민단체들의 조직적인 반발이 심하자 정부에서 내린 화력발전소 증설의 결정도 이런 비합리적 정책결정의 한 예가 되겠다. 그에 비해 작년의 미국산 쇠고기 파동은 그나마 바람직한 방향으로 정책적 해결이 된 것으로 좋은 대조가 된다.
전기 생산량 대비 화석연료의 위험성은 해마다 1만명의 광부 중에서 1명이 갱에서 사망하고, 석유굴착용 플랫폼에서의 사망률은 그보다 더 높다. 석유 운송과정에서 매년 12명이 도로에서 사망하며, 화석연료가 타는 과정에서 나오는 탄화수소는 암을 발생시키고, 황산은 광범위한 나무와 식물에 손상을 입히고, 지구 표면에 버려진 석탄재에서 나오는 고농도 방사능 방출로 죽는 사람은 매년 4,000만명에 달할 것이며, 또한 온실효과과 오존층 파괴로 인해 생기는 사망률은 석탄발전소가 10~100배는 더 많을 것이지만, 체르노빌 원전사고처럼 한 지역에서 갑자기 생기는 원전사고와 뚜렷하게 대조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위험을 오해하게 된다. 이런 위험의 가능성은 눈에 한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간과되어 정책적 대안으로 결정되는 것이고, 사람들도 생각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는 어떤 위험을 가늠할 때 정확한 확률이나 현재의 지식상태에서 추정되는 확률을 토대로 삼지 않음으로써 모르는 사이에 천천히 진행되는 위험이 극적 재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어떤 사고는 장비를 조작하는 기사에게도 분명 책임이 많지만, 그에 못지 않게 안전을 무시한 관리자나 경영자에게 더 큰 책임이 있음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작년에 한 사건으로 인해 사고자와 회사가 연대책임을 지지 않도록 법이 바뀌었다. 참 답답한 일이다.
어떤 장비가 새롭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처 알지 못했던 위험을 노출하고 있느냐 아니냐의 문제라는 것을 이해하자.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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