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에도 사과하지 않고 버럭 먼저 짜증을 내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흔히 '속 좁은 사람'이라 부르기도 한다. 살아가면서 "미안합니다."라는 사과는 그처럼 사소한 일에 대해서는 방어태세를 취할 필요가 없는 자부심 높은 사람들의 습관적 언어이다.
자부심이 높고 신경써야 할 중요한 일들이 많은 사람들은 평정을 유지하면서 대수롭지 않은 일이 일어났을 뿐이라 단정 짓고 가던 길을 가려고 하기 때문이다. 먼저 사과를 한다고 해서 상황이 더 나빠질 이유가 없는 법이다.
또한 그렇게 함으로써 곤란한 상황이 예외 없이 무마되니 누구든 하던 일을 계속할 수 있게 된다. 의도치 않게 벌어진 사소한 일이라고 해도 공격 태세를 보이거나 짜증을 내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태도는 자기중심적이고 나약하고 속좁은 사람임을 드러내는 확실한 증거가 된다.
그런 사람들은 심하게는 자신의 잘못을 최소화하거나 아예 없애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일상의 사소한 일에서도 이렇게 나오는 사람들은 정말 중요한 일, 깊은 분노를 느껴야 마땅한 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나올 것은 뻔하다.
자신도 마땅히 참석하리라 예상했던 모임에 제외되었다면 이는 그 자신이 중요하지 않은 사람으로 취급받았다는 의미이고, 진심 어린 사과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가령 동료들끼리 모이는 자리를 마련해 모두들 관심을 보일 문제에 대해 의논한다고 해보자.
자신도 충분히 당연하게 포함되리라 생각했던 한 참석자를 개인적으로 싫어한다거나 그의 의견이 보잘것없다는 이유로 참석자 명단에서 누락시켰다면, 기분이 언짢아진 그는 화를 내며 나에게 따질 것이다. 그러면 선택은 나에게 달렸다.
그와 관련이 없는 이런저런 이유를 대거나 그가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 같았다는 이야기로 그를 제외시킨 이유를 정당화할 수도 있다. 아니면 간단히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아 정말 미안합니다.
후자가 단연 효과가 있다. 그를 명단에서 제외시킨 이유가 나에게,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아무리 정당하고 적절해 보여도 당사자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자신의 무능함이나 열등함이 뚜렷이 드러난다 해도 이를 인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일반적으로 크든 작든, 고의든 아니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는 없고, 그저 그 상황에서 빠져나와 상대의 짜증이, 또는 실질적인 상처가 분노로 곪아터지든 말든 내버려둘 수도 없다. 이럴 때 상처를 아물게 하는 연고가 "미안합니다."이다.
이 말은 무엇보다 나 자신의 품위와 정당한 자기애를 뚜렷이 증명하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대수롭지 않은 이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고 자존감도 높은 사람으로 나 자신의 실수는 물론 명백한 어리석음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
자신이 어리석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내가 어리석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진정으로 자부심이 높은 사람들의 고귀함은 누가 봐도 분명히 드러나기에, 실수를 인정한다 해도 그 고귀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 법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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