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停年)은 어떤 사람이 일정한 연령에 다다르면 당연히 퇴직하는 일을 말한다. 이런 제도가 전하는 의미는 유능한 후진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순환인사의 의미와 더불어 개인적으로 국가와 사회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할 몫의 일을 훌륭하게 해낸 지금까지의 공헌을 위로하고 이제부터 편안하게 여생을 즐기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 만큼 은퇴 후의 삶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먹고 살 걱정 없이 마음껏 자유롭게 진정으로 자신의 일을 즐기며 살아갈 권리가 부여되는 시기이다.
산업화에 따른 사회 경제적 발달과 의학의 발달로 최근에는 정년이 그리 크게 피부에 와닿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년 자체는 기리고 축하해야 마땅한 일이다. 한 직장에서 오래동안 건강하고, 특별히 법에 저촉되어 징계를 받을 만큼 큰 잘못이 없고, 아래위 선후배들과 돈독한 인간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삶이 가능함을 몸소 보여주는 삶의 성취 그 자체만으로도 존경받고 축하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그 뿐만 아니라 예전에는 정년할 때까지만 살아도 오래 살았다고 축하를 받을 일이었으니 은퇴 뒤에 있을 10~20년의 긴 세월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 은퇴하시는 분들은 그냥 단순한 뒷방 차지의 노인이 아니라 아무도 발자국을 내지 않은 하얀 눈밭에 처음으로 발자국을 만들며 걸어가고 있는 분들이며, 누가 어떤 길을 선택하든 열심히 꾸준히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 그 길 끝에서 풍요로운 노년의 삶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후배들에게 보여줄 의무를 다시 짊어진 분들이다.
이재승 교수님께서 정년을 맞으신다고 하신다.
아직 청년 못지 않는 열정과 기개를 갖추신 이재승 교수님 혼자만을 두고 보면 정년이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처럼 들린다. 법적으로 불가피한 일이지만, 이재승 교수님의 개인적인 익숙한 삶으로부터의 단절이나 평생 일구어 오신 학문적 성취나 위상을 생각해서도 엄청난 손실이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는 지연, 학연, 혈연의 인연이 작용한다고 하며, 이런 인연에 얽매이는 풍토를 부정적 시각으로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세상 어디에나 이런 세 가지 큰 인연은 존재하기 마련인 자연적인 감정이며, 단지 너무 과도한 집착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좋을 것이다.
이재승 교수님의 고향은 전주지만, 나는 울산이며, 대학은 연세의과대학과 부산의과대학, 전주이씨와 여주이가로 이재승 교수님과 나는 통상의 세 가지의 끈끈한 동질적 사회적 인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한국 달리는 의사들”이라는 모임을 통해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만나면 선후배라는 느낌보다는 집안 형님같은 푸근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한국 달리는 의사들” 은 달리기를 좋아하는 의사들이 2000년에 만든 친목모임으로 초기의 여러 가지 열악한 대회 환경 속에서 참가자들의 안전과 생명보호를 위한 응급 구호체제인 ‘레이스패트롤’ 봉사와 달리기 건강과 부상의 예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아암 환자들을 돕기 위한 자선 마라톤 대회를 해마다 5월에 개최하고 있으며, 소아암 환우 돕기 ‘분홍빛 꿈 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의사 조깅연맹과 함께 아시아 달리는 의사들 연맹을 창설하여 운영하고 있다.
현재 468명의 의사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이 중에는 마라톤, 울타라 마라톤, 철인경기 등의 각종 달리기 분야에서 현역으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회원들도 있고, 각종 달리기 단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분들도 많다. 우리는 달리기라는 운동을 통해 끈끈한 형제애같은 유대와 사회를 살아가는 필수적인 배려와 겸손이라는 지혜를 서로 배우고 있다.
이재승 교수님께서 어떤 동기로 인해 달리기를 시작하셨는지는 잘 모른다. 다만 위수술 1주만에 10km 달리기 대회에 참가하고, 3주만에 풀코스 마라톤 대회를 완주했으며, 양쪽 발목 염좌 2주만에 깁스를 스스로 뜯어내고 100km울트라 마라톤 대회를 완주했다는 달리기에 대한 우직함과 열정을 존경하고 배우고 있다. 이재승 교수님의 달리기 열정과 인품에서 지혜와 인생을 사는 법을 배우고, 후배들을 위해 그런 열정과 우직함으로 우리 곁을 더욱 오래 지켜주시기를 바래본다.
항상 즐겁고 건강한 달리기 생활만드시길 빕니다. 한국 달리는 의사들 회장 이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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