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의 생물체나 물질의 공격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키는 생체의 방어활동을 면역 기능이라고 하며, 면역기능에는 직접적으로 병원체 등을 배제하는 기능과 침입체에 반응하여 증식하고, 직접적으로 병원체를 공격하거나 생물활성물질을 분비한다.
또한 항원에 반응하여 항체를 생산하거나 병원체모세포의 사체를 청소하는 등 생체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어, 통상 자기 자신의 세포나 조직을 공격하는 경우는 없다. 이는 면역계가 자기와 비자기를 식별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능력에 문제가 생겨서 면역계가 자기 세포나 조직을 공격하는 것을 자가면역이라고 한다. 자가 면역질환의 가장 흔한 예가 천식이며, 실질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는 이물질이 몸 안에 들어오면 우리 몸은 면역반응을 일으킨다.
자가 면역 질환은 이 체계에 갑자기 핵전쟁이라도 벌일 태세로 면역반응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며, 현대 기술 산업 시대의 새로운 유행병으로, 코로나처럼 원인균이나 바이러스가 없는 '무균 상태의 유행병'이라 할 수 있다.
이 병의 특징은 첫째가 유행성이다. 류마티스염, A형 간염, 결핵, 볼거리, 홍역 같은 평범한 감염성 질환들은 전 세계적으로 현저히 감소했지만, 다발성 경화증, 크론병, 제1형 당뇨병, 천식 같은 자가 면역 질환이 최소 두 배 혹은 네 배까지 증가했다.
둘째, 겨우 한 세대 전에 등장한 최신 현상이지만, 질병의 양상은 훨씬 더 복잡해졌고,발전 경로는 여느 문명병과 다를 바가 없다. 모든 자가 면역 질환은 문명 사회 중에서도 고도로 발전한 지역의 사람들에게 먼저 나타난다.
같은 도시라 하더라도 부유한 동네일수록 뚜렷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무균 상태 부분이 한층 더 흥미롭다. 자가 면역 질환의 출현은 감염성 질환의 원인이 되는 세균 뿐만 아니라 기생충까지 모두 박멸해버린 결과라는 가설도 있다.
자가 면역 질환은 대개 풍요와 서구화에 정비례해서 증가하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이 우리가 진화해온 환경, 즉 동물과 배설물과 흙이 많고, 감염 매체가 득실거리는 환경일수록 이 질환의 발생률은 떨어진다.
무균 상태에서 유행병을 야기하는 자가 면역 질환의 기전은 아주 단순하며 진화와 관련이 있다. 점진적으로 증가해 온 인구가 한 곳에 모여 살게 되면서 농경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말라리아 같은 몇몇 전염병이 번지기 시작했다.
점차 강력한 면역체계를 키운 인간은 진화에서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었으며, 이 능력에 특화된 것으로 밝혀진 유전자도 존재한다.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지역에서는 말라리아에 대응하는 유전자의 적합도가 우세해질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말라리아가 박멸되고 나면, 이 우세한 면역기능은 새로운 상대를 찾아나서게 된다. 이들의 새 표적이 자기 몸이 되는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다발성 경화증이 새로운 유행병 수준의 발생률을 보이는 곳이 이탈리아의 섬 사르테냐 사례이다.
미생물은 우리 삶에 우발적으로 등장한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 몸속에는 지구상의 인구를 다 합친 숫자보다 더 많은 미생물들이 살아움직이고 있으며, 그 대부분이 세균, 즉 박테리아다. 박테리아의 세포수는 우리 몸의 세포 수를 능가한다.
우리 몸 속 미생물들의 유전자 코드 정보는 우리 몸의 유전자 코드를 초라하게 만들 정도다. 우리 유전자 정보가 기껏해야 가가바이트(GB)에 머무는 USB메모리라면, 미생물은 테라바이트(TB)라 부르는 외장 하드라고 해야 할 정도다.
우리 몸이 사용할 수 있는 칼로리 함량은 자신의 소화기관에 어떤 유형의 박테리아가 서식하는가에 달려 있다. 즉 사람마다 서식하는 박테리아 개체군의 유형이 다르다는 말이다. 우리 소화기관 안에는 우리가 먹은 음식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섭취한다.
그와 동시에 에너지 일부를 우리 몸이 흡수할 수 있게 만들어 칼로리 함량을 평균 10% 정도 증가시킨다. 비만 쥐의 소화기에 서직하는 박테리아를 다른 쥐에 이식했더니 그 쥐들도 비만이 되었다. 그에 더해 음식으로 섭취하기 힘든 비타민을 생성하기도 한다.
이런 박테리아들이 면역체계에도 침입하게 마련이며, 면역체계는 몸 속에 뭔가가 침입하면 감염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우리 몸 속에는 수천 종의 박테리아가 서식하고 있으며, 모든 박테리아는 우리 건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항생제 같은 것이 우리 몸 안의 생물군계를 격변 속으로 몰아넣고, 복잡한 세균계가 한번 교란되면 이를 극복할 방법은 알아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해서 유익균들을 먹는다고 해서 몸안에서 잘 살아남아 번성할지는 미지수이다.
자연 속에서 암이나 도시에서 파괴된 감성을 회복하는 사람들의 삶에서 보듯이 박테리아와 자가 면역질환 문제 뿐만 아니라 우리 심신의 복원에 관한 모든 것에 이르기까지, 이해하는 것 자체가 큰 공부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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