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봉사활동을 경험한 것은 대학생일 때의 의료봉사였다. 그 때만 해도 우리가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환자나 상해자, 나 자신은 도움을 주는 치료자나 구조자라는 식의 자기우월적인 생각 속에서 남에게 도움을 준다는 상황 자체에서 나 자신을 뿌듯하게 느꼈다.
그런 만큼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 불평을 하면 왜 그 사람들이 불평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도 정부나 기업의 민원부서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민원인들을 대하는 자세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공직생활 과정에도 헌혈운동 등을 통해 나의 귀중한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는 봉사활동을 계속하면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은 피해자도 아니며, 나 또한 무슨 우월적 지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똑같은 사람으로 서로 여유가 있거나 필요한 것을 나누는 사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시골에 있었을 때 도시 사람들 또한 행복을 찾아 똑같은 삶을 살아가지만, 서로간의 다른 생활방식의 차이 때문에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었던 것처럼 그들도 나와 똑같이 행복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봉사하는 그들의 행복을 찾아주는 과정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고, 그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그들의 행복을 빌면 그들에 대한 사랑이 느껴지고, 그것이 또 다른 봉사활동으로 이어지고 기도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나에게 얼마나 행복을 주고, 나의 필요를 얼마나 충족시켜주는가가 아니라, 내가 무엇으로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까를 생각하면 모든 사람들이 아름답고 사랑스럽게 보인다.
사실 우리 모두 처지만 다를 뿐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과 싸워 이겨 자신의 삶의 길을 탄탄하게 만들려 무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임을 이해하게 된다. 나의 힘이 미력하더라도 내가 다른 사람의 행복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봉사활동을 하면 할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이다. 약속시간에 늦는 친구에게 짜증을 내는 대신에 주위를 둘러보며 다른 사람들의 행복과 즐거움을 조용히 빌어주는 일 자체만으로도...충분하다!
우리는 '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는데 '지금은!'이라는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 그것은 '시간'이 없다거나 '여유'가 없다는 말과 너무나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별로 내키지않고 껄끄러운 상황에 자신을 내 놓은 것을 회피하기 위해 스스로 쳐놓은 울타리에 불과하다.
내 한계는 여기까지라고 선을 그어놓고 살아온 지난 세월 중에 내가 할 수 있었는데도 하지 않았던 일이 얼마나 많은 지를 생각해 보면, 지금 내가 쳐두고 있는 울타리가 나의 진정한 한계가 아니라는 사실 또한 명백하게 이해하게 된다.
봉사도 이와 똑같다. 나의 울타리 한 쪽만 허물면 밖에 있는 사람 누구와도 교류하고 그들과의 담담한 소통을 통해 그들 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행복감도 한층 더 올라가게 된다. 지금 아이티에 전세계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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