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정도 인생살이의 여정이 지나면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삶의 환경은 계속 나빠질 수 있지만, 그에 대처하는 내 방식은 그렇지 않다는 현실적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직장이나 집에서도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오락가락하고 있다.
즐겁지 않는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다음 순간 희망 섞인 이야기를 과장해서 떠들기도 한다. 속상하지 않은 상태로 하루를 마치면 기뻐하면서도, 그 동안 주변 사람들 기분을 얼마나 속상하게 했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뭔가 그때그때 바꾸었어야 했다. 그런데 항상 갑작스럽게 그렇게 되곤 했다. 그런 순간들이 지금도 생생하다. 어떤 날은 내가 눈이 멀어지기도 해야 했다. 과정별 모임에 다녀오는 날들이 그랬다. 멋지지는 않지만 언제나 뒷풀이 모임을 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어렸을 때고 그랬다. 아이들의 여러 가지 행동을 사진 찍고, 가족들의 감정에는 관심이 없이 나만 기분에 집중하여 마음대로 결정하고 행동했다. 마치 내가 어디서 본 듯한 웃기는 코메디언의 모습을 모방하기도 한다.
뭔가 가시가 돋친 듯한 아내의 말에도 상관 없이 혼자서 집을 나설 때도 많았다. 아니 거의 대부분이었다.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이 나의 행동이나 이야기를 듣고 거북해 하거나 짜증을 내는 것을 즐기며 술을 마시기도 했다.
알콜이 내 삶의 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몰라 소맥 같은 섞어마시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다 결국 혼자 일찍 자리를 뜨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뜨거운 커피와 물 이외에 다른 음료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결국 일찍 1차 자리에서 일어나 걷거나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와 조용히 누워 잠을 잤다. 다음 날 아침도 평소처럼 일어나 조만간 새벽의 희뿌연 어스름 속에서 새로운 날이 왔다는 것을 깨닫고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밖으로 나갔다.
길 위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리며, 새로운 하루를 두려움 없이 맞아들였다. 어차피 하루 해가 떨어져야 이 일정이 끝날 것임을 알기 때문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최선의 실행을 하게 되는 하루가 되기를 마음 속으로 빌었다.
그렇게 살아가다 보니 어느 듯 매일매일이 두려움보다는 호기심 속에서 기다려질 때도 있었다. 맹인처럼 정말로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을까? 현실은 이랬다. 눈을 뜨면 회색의 하늘이 보이고, 부드러운 커튼이 있었다.
차분한 기분으로 일어나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 하루에 다가올 일들에 어떻게 대처할지 마음 속으로 정리했다. 어떤 때는 해가 떠오르지 않기를 기대할 때도 있었지만, 한 번도 내 기대가 이루어진 적은 없었다. 철저하게 나는 버림받은 생명이었다.
문을 열고 나의 안식처에서 나와 바깥의 공기를 만나면 나의 영웅적 대처 방식을 가족들에게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모든 삶은 그 반대인 죽음의 맛보기이자 나 자신과 가족 등 여러 사람의 인생을 형성할 수 있는 온갖 경험의 맛보기 단계라는 생각이다.
나는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계속 나아가고 있다. 비결은 뭐든 부딪쳐보는 것이다. 크고 작은 두려움과 불쾌한 기분도 죄다 맛보면서, 너무 두려워 얼른 끝나기를 비라는 일도 회피하지 않는다. 그런 일들도 매끄럽게 잘 대처하려 하루하루 노력했을 뿐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2월 마지막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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