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참가자들과 함께 달리면 속도보다 달리는 자체에 의의를 두게 된다
한강을 뛰다 보면 어쩌다 본의 아니게 마라톤 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달릴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마치 정식으로 그 시간대에 그 집단의 흐름에 젖어들 수는 없어도 대회에 참가한 듯한 느낌은 즐길 수 있다.
목걸이에 참가번호를 단 애완견보다는 못한 지위지만 말이다. 걱정을 하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질 수 있다. 걱정이 에너지를 태우면 참 좋겠지만, 사실은 위벽만 태울 뿐이다. 배만 아파질 뿐이다.
일단의 적당한 속도의 집단을 만나면 휙휙 지나가는 주자들을 따라잡으려는 순간순간의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원시시대부터 집단 생활을 하던 우리 염색체 속에 잠자고 있는 옛 본능이 자극을 받기 때문이다.
세상을 알고 보면 반드시 이기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시 뛰어나가려는 두 발을 온 힘을 다해 붙들어야 한다.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적어도 나는 항상 그래야 한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마음이 진정된다.
달리는 도중에는 ‘나의 달리는 사진’을 찍으려 한 번씩 속도를 늦추고 길가의 응원하시는 분들에게 정중하게 부탁을 하고, 멋진 포즈를 잡으며 국가대표 같은 포즈를 남기려 애를 쓰지만 제대로 마음에 흡족한 사진을 얻기가 힘들다.
지닌 어느 늦가을 날에 다가오는 겨울을 어떻게 달리며 견뎌 낼까 걱정한 적이 있었는데, 막상 겨울의 달리기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그렇게 부드럽게 흘러갔다. 추위 속을 달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솔직히 기분 좋았다.
나도 이제 나이 들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관심종자가 되어가나 보다. 나는 내가 살아가는 인생의 진행 상황과 나 자신의 하루 삶과 달리기 내용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냥 한낮의 햇살을 쪼이며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지만, 숨차게 달리는 것이 최고의 휴식이다.
달리기 후에는 과일가게 앞을 지나며 과일 한 팩을 사서 들고와 격려의 미소를 주는 직원들에게 선물로 준다. 피가 철철 흐르거나 뻐가 드러날 정도가 아니라면 계속 달려가고 싶다. 감기에 걸리더라도 열이 펄펄 나고 주사를 맞고 눕지 않을 정도라면 계속 달려간다.
신선한 공기는 폐에 좋고, 아드레날린은 독소를 몸밖으로 내보낸다. 스트레칭과 마사지는 불안을 다스리고, 힘줄과 근육을 치료하고, 긴장이완에 좋아 몸이 스스로 부상을 예방하게 만든다. 달리기 친구들도 서로 조언을 주고받으며 여간해서는 어떤 행동이 문제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달리기 대회 때문에 교통 통제를 한다고 큰 목소리로 항의를 하며 욕을 퍼붓던 사람도 자신이 도로 위 달리기 대회에 참가하고 나면 왜 교통통제가 필요한지 이해하고, 오히려 그런 사람들에게 다가가 양해를 구하고, 통제의 필요성을 설명해주기도 한다.
지치고, 쑤시고, 피곤하고, 햇볕에 탔지만, 하루 종일 물과 시원한 음료를 마시면서 이런 정도로는 절대로 영구적인 부상에 생긴 건 아닐 꺼라며 애써 자위한다. 어느 누구나 그 어떤 것도 나에게서 달리기는 즐거움을 뺏을 수는 없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한 한 주 시작하시길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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