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의 모든 희로애락의 감정은 뭐든 어떤 조건에 의해 생겨난다. 화 또한 예외가 아니다. 조건이 있으면 화가 일어나고, 조건이 다하면 화도 사라진다. 그래서 모든 감정은 언젠가는 사라지기 마련이므로 무상하고 무아라고 하는 이유다.
화는 변하기 마련인 마음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파도이므로 고정불변의 실체가 아니라는 의미다. 시간이 지나든 조건이 사라지면 화 또한 없어지므로 실체가 아닌 그림자 같은 허상이라 이해하면 나와의 동일시 없이 변해가는 마음의 한 부분으로 바라볼 수 있다.
아무리 이치가 그렇더라도 '조건이 있으면 화가 있다'는 말은 화라는 마음이 분명이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마음에 화가 일어났을 때는 정신적 고통이 동반되어 자신을 괴롭히게 될 뿐만 아니라 거친 말과 폭력적 행동으로 다른 사람도 괴롭히게 된다.
화가 나면 분명히 나와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해로운 작용이 있음을 이해하면, 화는 괴로움을 일으키는 해로운 마음이므로 계발해서는 안 되며, 버려야 할 마음임을 분명하게 통찰할 수 있다.
화는 실체는 아니지만 해로운 작용은 있다거나 해로운 작용은 있지만, 실체는 아니라고 중도적으로 균형감 있게 이해하면 화에 대해 지혜롭게 대처하고, 화를 마음에서 밖으로 내다버릴 수 있게 된다.
과거의 잊지 못할 큰 상처나 나쁜 기억, 혹은 극심한 공포로 인한 화가 마음에 각인되어 화를 마치 실체인 것처럼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럴 때의 화는 단지 과거의 조건에서 일어난 정신 현상일 뿐 변하지 않는 실체가 아니라는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화를 자신의 고정된 모습으로 동일시하지 않고 마음에 각인된 화를 희석시킴으로써 조금 더 쉽게 내려놓을 수 있다. 이럴 때는 화가 실체가 아니라는 거부적 측면이 아니라 해로운 작용이 있다는 회피적 측면에 더 무게를 두는 것이다.
그렇게 바라보면 화를 자신과 동일시하여 괴로움이 더 커질 우려가 있으므로 과거의 기억으로 인한 화가 실체가 아니란 측면에 더 주목함으로써 화를 희석하고 나 자신과 동일시하지 않게 되어 화를 버리기가 쉬워진다.
일상 중에 화를 내는 것에 무감각하여 화를 자주 일으키는 사람도 있다. 이런 경우는 '욕쟁이 할머니'처럼 화가 실체가 아니라는 측면보다 화는 나와 남을 고통스럽게 하는 해로운 작용이 있다는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면 화가 위험하고 해로운 작용이 있음을 분명히 통찰함으로써 화내는 습관을 내버려두지 않고 버리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화는 실체는 아니지만 해로운 작용은 있다는 중도적 입장에서 이해해야 한다.
화가 실체가 아니라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화에 무감각해질 때, 화는 해로운 작용이 있음에 주목하여 마음의 균형을 잡을 수 있고, 반면에 화가 해로운 작용이 있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어 자신과 동일시할 때는 화가 실체가 아니란 점에 주목함으로써 마음의 균형을 잡아 화를 효과적으로 버릴 수 있게 된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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