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사회 생활에서 우리는 똑똑한 한 사람이 내린 판단보다는 똑똑한 여러 사람이 모여 내린 판단이 훨씬 옳고 현명할 것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것이 민주주의라는 의사 결정 방식의 바탕이다.
그거나 꼭 그렇지만는 않다는 것이 우리 나라의 정당이라는 정치 집단들에 의해 지금까지 충분히 입증되어 왔다. 미국 예일대학의 심리학자인 어빙 재니스는 1972년에 출간한 '집단사고의 희생자들(Victims of Groupthink)'이란 책을 발간했다.
어떻게 자타가 인정하는 우수한 두뇌 집단이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에 관한 문제를 연구하면서'집단사고(groupthink)'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1982년 개정판에서는 '집단사고: 정책 결정과 대실패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로 제목이 바뀌었다.
'집단사고'는 응집력이 강한 집단에서 문제를 해결할 때, 현실적 판단을 하기보다 구성원들끼리 의견을 일치시키려는 노력이 앞서면서 사람들이 사로잡히게 되는 사고의 경향이라 정의한다. 쉽게 말하면, 낙관론에 집단적으로 눈이 멀어버리는 현상이다.
정책 결정, 집단 내부의 구성원들 사이에 호감과 단결심이 크면 클수록, 독립적인 비판적 사고가 집단사고에 의해 대체될 위험성도 그만큼 커지게 되고, 이런 집단사고는 집단 외부를 향한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취하게 만든기 일쑤다.
집단사고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상례적이며 사소한 결정은 시간 절약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문제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일에서조차 집단 내의 화합적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는 강한 욕망이 집단사고를 낳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분명히 회의를 하면서 합의를 가장하는 이상한 분위기로 몰고 가게 된다. 설사 처음에는 실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무늬만' 합의를 이루었다고 해도 집단이 응집력을 발휘하게 되면 '무늬'는 실재가 된다.
그 과정에서 구성원들이 품고 있을 수도 있는 의심이나 회의는 모두 사라져버리게 되는데, 집단 구성원들이 이미 공통된 사고 체계를 공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훨씬 더 강력하게, 그리고 분명히 작용한다.
통념에 도전하는 정보는 배제되거나 오류로 합리화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토론을 하지 않고 자신들이 옳다는 신념을 오히려 더 공고화하게 된다. 집단사고가 행해지는 곳에서 토의는 사람들의 생각을 여는 효과를 낳는 게 아니라 닫아버리는 부작용을 낳게 되는 이유다.
이처럼 집단사고는 좀처럼 피하기 어려운 함정인 셈이다. 그렇다면 집단사고는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인가? 꼭 그렇진 않다. 문제는 소통 방식이다. 집단사고를 방지하려면, 구성원들에게 집단사고가 무엇인지 그 원인과 결과에 대해 알리고, 한 명 이상을 반대를 전담하는 악역에 배당하는 등의 방법도 있다.
최근 유행하는 집단지성과 집단사고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다. 집단지성을 추구하다가 집단사고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직장인의 70퍼센트가 회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경영자들이 하루의 절반을 회의에 소모한다.
회의(會議)가 많으면 회의(懷疑)에 빠지게 된다”는 우스갯말처럼, 회의를 많이 하느라 심신이 지치다 보면 흔한 말로 '배짱 맞는 것'을 선호하게 되는데, 이게 바로 집단사고로 빠지는 지름길이다.
집단 내의 이질적 다양성을 수용해야 집단사고를 막을 수 있는데, 이는 매우 번거롭고 피곤한 일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신속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집단사고의 함정을 피해갈 것인가?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만들어 가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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