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이 세상을 떠나신 것을 흔히 열반에 드셨다고 표현한다. 이런 표현은 죽음 그 자체를 미화하는 식으로 의미를 바꿔 말했다고 볼 수 있다. 스님들이라고 일반 속인들과 달라 죽는다고 해서 모든 열반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세상 사람 누구나 살아 있는 중에도 번뇌를 제거하여 괴로움을 벗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죽어야만 열반에 드는 것도 아니다.
열반의 사전적 의미는 불이 꺼진 상태이며, 즉 일체의 괴로움이 사라진 상태를 의미한다.
고통과 탐욕, 증오와 어리석음 등 근본적인 모든 삶의 번뇌가 사라진 상태를 뜻하기도 한다. 이렇게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어법으로 표현될 뿐만 아니라, 시원한 상태, 행복한 상태 등 적극적인 표현을 쓰기도 한다.
결국 이런 모든 표현이 가리키는 바는 똑같이 생노병사의 괴로움의 불길이 꺼졌으므로 그것으로부터 벗어나 시원하고, 모든 괴로움이 소멸되었으므로 평화롭고 행복한 상태가 곧 열반이라고 할 수 있는 인생 최고의 가치인 것이다.
석가모니에 의하면 인간의 모든 경험은 18가지로 압축된다. 즉 눈, 귀, 코, 혀, 몸, 마음 등 여섯 가지 지각기관과 그 대상인 색과 형태, 냄새, 맛, 촉감, 생각 등 여섯 가지 지각기관의 대상 및 지각기관과 그 대상 사이에서 발생하는 여섯 가지 의식을 합해 열여덟 가지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들 이외에 존재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 이러한 경험 요소들이 탐욕과 증오와 어리석음 등 번뇌에 의해 불타고 있기 때문에 괴로움이 있고 윤회가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길이 꺼진 것을 열반이라고 하기 때문에 열반에 든 이후에도 우리의 일상적 경험의 토대는 그대로 유지된다.
다만 번뇌의 불길이 꺼짐으로서 번뇌와 업력에 의해 왜곡되지 않은 세계의 실상이 드러나는 것일 뿐이다. 다시 말하면 열반은 우리가 단순히 어떤 관점을 선택해 자신의 경험을 바라보고 이해하는가의 차이일 뿐이다.
과거의 경험에 의해 자기 자신을 한계가 있고 두려움으로 차 있고 허약하고 겁 많은 존재로 생각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면, 그것은 다만 스스로 우리 자신이 그렇게 선택한 것이며, 다르게 경험할 기회도 언제나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몬질적으로 이런 깨달음의 길은 익숙한 것과 실질적인 것 사이에서의 선택을 제시한다. 되물을 필요도 없이 익숙한 생각과 행동을 반복하는 데는 편안함과 안정감이 존재하지만, 그 편안함과 익숙함에서 걸어 나오는 일은 낯선 경험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그 중간 지대는 언제나 이리저리 변화할 수 있는 불안하고 불안정하다.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익숙하기에 두렵지 않을 곳으로 돌아가야 할지, 아니면 단지 낯설기 때문에 두려워 보이는 곳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자신의 완정한 잠재 능력을 자각하여는 선택을 할 때 생겨나는 불확실함은 자기 학대적인 관계를 끝내는 것과 비슷하다. 누군가와 관계를 끊으려고 할 때는 분명 무엇인가 주저하게 되고 실패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나 같은 것이다.
학대적인 관계를 끝내는 것과 수행의 길에 들어서는 것의 근본적인 차이는 바로 수행의 길에 들어서는 것 자체가 바로 자기 학대의 나쁜 습관을 끝내는 것이다.자신의 진정한 잠재능력을 깨닫게 되면서 할 때 자신을 과소평가하던 습관에서 조금씩 빠져나오는 것이다.
오늘도 흥겹고 건강하고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 바랍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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