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조선시대 유교적 통치이념의 흔적인 사농공상에 근거한 사회적 지위 체계가 소위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눈에 보이지 않게 존재하고 있다.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학생체벌이나 가부장제처럼 이전부터 사회적으로 되풀이 반복되어 온 집단적 행동 양식에 관한 여러가지 문제들이 주요 예가 되겠다.
의식주나 관혼상제, 가족이나 친족 관계, 그리고 남여관계 등의 일상적인 생활 속에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는 사회의 일반적인 규범들이 이에 해당된다. 치아를 뽑아 병역을 면제받은 모 인기가수처럼 일반화된 사회적 규범을 위반하면 사회적 비난, 따돌림, 혹은 눈총을 받기 때문에 그런 관습을 지켜야만 개인적으로도 정신적 안정감을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이나 위축감을 느끼지 않게 된다.
관습은 일시적인 유행과는 다르며, 사회적 유대와 동료의식의 강화를 통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사회를 보수적으로 만들어 전반적인 변화에 대한 저항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습관은 개인행동의 반복으로 개인만의 것이다. 관습 중에서도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지속되어 오며, 자신이 그런 사회의 구성원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그 사회의 가치를 소중히 지켜 나가려고 하는 관습의 하나가 전통이다. 반면에 여러 관습들 중에서 가장 불합리한 것을 인습(因襲)이라 하는데, 혼사나 상사(喪事)를 당하여 분에 넘치게, 혹은 필요 이상으로 성대하게 치르려고 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되겠다.
예로부터 전하여 내려오는 일 처리의 일회성 관습을 전례(前例)라 하고, 전례가 연속적인 관습으로 굳어진 것을 관례(慣例)라 한다. 즉 전례는 관례에 포함되지만, 관례는 전례에 포함되지 않는다. 전례는 관례로 대치해서 사용해도 별 지장이 없지만, 관례를 전례로 대치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대통령에게 인상을 쓰며 심한 욕을 한 사람은 징역형을 살아야 하는 관례가 있는데, 예전에 어떤 대통령이 자신에게 욕을 한 사람이 나라를 위해 그러한 것이므로 징역형을 사면해 주었다면 그것은 대통령에게 욕을 했지만 징역형을 받지 않은 전례가 될 수 있다.
자연이 일년 사계절의 변화를 통해 순환함으로써 건강하게 존재할 수 있듯이, 우리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관습이라는 매너리즘에 빠져 현재에 안주하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관습이라는 그늘 속에 편하게 안주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관습에 따랐다'고 하면, 책임은 면할 지 모르지만 스스로가 자신이 속한 사회를 역사의 뒷전으로 조금씩 밀어내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지나친 과거의 관습에 얽매이기보다는 사회 어느 세대나 장소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보편화된 사회적 예절의 모습으로 재구성되고 있음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어느 모로 보나 합리적이지 않는 관습을 깨는 발상의 전환과 추진력이 우리 사회의 긍정적인 발전에 아주 중요한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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