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흘이 멀다하고 발생하는 해공육군의 사고 소식은 자식이 군에 가있거나 입대예정인 부모들이나 생명을 군에 의지하고 있는 대대수 국민들의 마음을 불안하기 짝이 없게 만들고 있다.
정상적인 대비대세를 갖추고 근무중인데 왜 이런 사고가 연이어 터지고 있을까? 군대 지휘관 뿐만 아니라 사병에 이르기까지 평소 위험에 대한 생각이 철저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안이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이것은 전적으로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힌 부대 지휘라인의 정신적 대비태세의 부족 때문에 평소 훈련의 질의 세밀함이 떨어지거나 훈련의 목적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직업적인 전문가들인 장교와 준사관들이 군대 혹은 국방이라는 특수집단의 벽에 갇혀서 보호받고 살아온 결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외형적 파워에만 매몰되어 현재의 위험 대처능력을 무시하고 지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위험의 회피 뿐만 아니라 위험 극복에 대한 철저한 훈련자세를 견지하지 않고 있다는 말이다.
초보운전자가 자동차가 가속 페달을 밟아 앞으로 나갈 줄만 알았지 적당한 강도로 브레이크를 사용하여 전후 좌우의 차들과의 접촉을 피함으로써 상대 뿐만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는 방어운전 개념에 충실하지 못하여 사고를 내는 것이나 비슷하다.
천안함 피격, 함정 추돌, 비행기 추락, 보트전복 등 크고 작은 인명사고가 나면 메스컴들이 일제히 두들기고, 그 시끄러운 소리만 막기 위해 급조된 사고 예방과 관련자 문책 등 틀에 박힌 사고처리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된 것처럼 현상유지에만 급급한 수뇌부들의 의식에 문제재발의 원인이 있다.
문제의 핵심은 발생한 사고가 아니라, 그런 사고가 예방되지 못한 데 있으며, 조직관리도 기업경영의 경우처럼 현상유지의 개념은 곧 쇠퇴를 의미하기 때문에 존재할 수 없는 말이다. 모든 집단은 가정이라는 작은 사회 조직까지도 항상 발전 혹은 퇴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며, 발전한다고 하여 학생들의 점수처럼 매일 눈에 띄게 발전하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퇴보 또한 똑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조직의 성장을 발목잡는 조직체계, 문화, 인적 구조같은 부작용 사례들은 없는지 반드시 올바른 평가를 거쳐서 필요하다면 적절한 브레이크를 밟아주는 것이 지휘관들이 가져야할 진정한 용기이며 지혜다.
군의 가치는 군대가 국민들로부터 무엇을 받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국가에 무엇을 줄 수 있느냐로 판단되며, 군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가치 있는가는 군대의 감정과 사고와 행동이 국민들의 실생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가에 달려있다.
현대전은 총칼로 싸우던 재래식 전쟁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고 엄폐와 은폐가 불가능한 강력 레이저와 방사선을 이용한 대량 살상전이다. 이런 전쟁에서 이겨 국가와 국민과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직업군인들은 매일의 근무시간의 일부를 미래전의 전략을 구상하고 훈련하고 대비하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근무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직업군인들조차 조직 내에서 자신과 관련된 것에는 일체의 변화를 거부하면서 말로만 하는 일당백의 전력으로는 현재의 안주도 위험해질 수 밖에 없다. 미래전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통해서 앞날의 전투에서 승리할 자신감을 찾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현재의 시대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준비태세를 받아들일 수 있다.
실패해도 다음에 성공하면 괜찮다는 사고방식은 참으로 어이없는 것이다. 전투에서 한번 진다는 것은 내 생명이 사라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다음 기회는 당연히 존재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실패마다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는 말이 아니라 용인될 수 있는 실패도 있을 수 있으며, 그 범위를 확실히 해서 각자가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작전계획이 훌륭했는지, 수행하는 과정에서 목표가 뚜렷했는지, 모든 가능한 사태에 대해 주도면밀한 사전 검토와 대비가 있었는지, 상당수준의 관리 규범에 의거하여 절도있게 추진되었는지가 확실하면 당연히 실패한 작전도 용인될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패나 만약의 사태에 대해 합리적인 대비책이 서있었고, 실제로 그런 상황에서 준비된 대비책이 그대로 실행에 옮겨져서 모든 것이 다 꼼꼼하게 이루어졌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경우에만 해당된다. 또 사고 작전의 지휘선상의 지휘당사자들이 스스로 복명서를 작성해 그 같은 실패의 경험에서 무엇을 배웠으며, 그 덕분에 조직이 전체적으로 얼마나 더 명석하고 발전할 수 있었는지 스스로 자문자답해야 한다.
우리 군도 이제는 자식을 군에 보내거나 힘들게 열심히 살면서 세금으로 직업군인들의 월급과 생계를 책임지는 국민들의 안위를 보호한다는 확실한 자세와 태로를 보여주어서 진정한 신뢰를 받아야 할 때다. "우리는 임무완수를 할만큼 충분히 건강하고 믿을만 합니다"라고 군대가 대답할 차례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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