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달리는 의사들의 송년 모임이 있었다. 처음 뵙는 분들도 있고, 자주 뵙는 분들도 있고...달리기라는 자기 승리를 위한 힘든 운동을 하는 특별한 의사들의 모임은 엔돌핀과 행복을 주제로 시작되어 한없는 술잔의 교환으로 끝이 났다.
독일의 진화생물학자인 요세프 라이히홀프는 "지구상의 모든 동물 중 유일하게 인간만이 아무런 직접적인 보상도 없이 오직 승리를 위한 승리를 원한다"는 재미있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 인간의 승부욕이 가장 잘 나타난 것이 스포츠 중에서도 달리기 시합이라 설명하고 있다.
평소에는 "바빠 죽겠다! 아무 하는 일없이 그냥 푹 쉬어 봤으면 한이 없겠다"고 엄살을 피우면서도 자신이 은퇴했다거나 백수라는 말은 마치 무슨 죄를 지은 듯 떳떳하게 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이다. 막상 해야할 일이 없다는 자체가 스스로를 불안하게 만들며, 주위에 나의 재능이나 힘을 필요로 하는 일이 생겨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기를 바라게 된다.
바쁜 것은 힘들고 피곤하고 싫어하면서도 할 일 없이 빈둥거리며 노는 것은 죽기 전까지 우리 인생살이 과정에서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마라톤 대회에서 달리는 주자들의 모습이 바로 한가로움보다는 바쁜 일상에서 승리감을 더 즐기는 우리 자신을 잘 표현하고 있다. 백리 길을 달리고 또 달리면서 우리는 평생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일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지 모른다.
일은 노동이라는 힘든 노력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성공이라는 열매를 보상으로 우리에게 주고 있다. 그런 보상을 얻는 과정에서 우리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고 평화와 안정, 그리고 삶의 만족과 행복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당장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스스로를 만족시킬 보상이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마음이 평화롭지 못하게 된다.
바쁜 사람은 항상 할 일이 있고, 어렵더라도 그 일을 해결할 계획을 세우며, 없는 시간을 쪼개 운동을 하며 건강에 더 신경을 쓰는 것도 사실은 더 나은 미래를 내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할 일이 없다는 것은 내일이라는 꿈꿀 미래가 없다는 말과 통하며 실패를 연상하기 때문에 누구나 싫어한다. 바쁜 것이 자랑스러운 이유다.
살아있다는 것은 정지한 상태가 아니라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며, 움직여야 생명력이 넘치고 성장하고 존재감을 느끼게 된다. 생각하고 바라고 말하고 희망하는 모든 것이 움직임, 즉 행동해야 자신의 의도를 전달할 수 있으며, 주어진 상황에 따라 어떤 행동을 반복 선택하는가에 따라 어떤 사람인가가 나타나고 인생의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
달리기는 단순한 동작의 반복이지만, 달리기를 통해 삶은 어떤 이유로든 스스로 중단하지 않아야 하며, 지향해야할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스스로을 훈련시켜야 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때로는 자신없고 그런 자신이 고통스럽고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달려가야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바쁘게 움직여야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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