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온 고등학교에 가면 정문 옆에 돌비석이 있고, 거기에 "옥은 갈아야 광채가 나고 사람은 배워야 도를 아느니라"란 문장이 새겨져 있는데, 나는 3년동안 학교를 드나들 때마다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하고 마음에 새겼다.
타향에서의 학교생활이 힘들거나 의지가 약해질 때 곁에 다가가 바라보거나 떠올리면서 마음을 다잡아 살아갈 힘을 얻고 학교 구성원으로써의 나의 존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일종의 상징물이며 좌우명이었다.
결혼하고 2박 3일 신혼여행을 갔다와서 가장 먼저 한 것이 집사람을 "여보"라는 호칭으로 부른 것이고, 다음이 가훈을 정한 것이다.
"사람이 평안한 경지에 이르러 해야할 일은 유능하고 정직하고 말씨는 상냥하고 부드러우며 잘 난 체 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집 가훈이다. 정직하고 선량하여 남을 해치기보다 이롭게 하며, 다른 사람과 고통을 함께 하며 맑고 밝고 평안하게 마음을 다스리라는 부처님의 초기 설법에 나오는 귀절이다.
현실의 삶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한결같이 나와 가족들의 행복과 안락이다. 우리 집의 가훈에는 우리 가족들이 공통적으로 견지하고 있는 행복하고 안락하고 건강한 삶에 대한 태도와 자세를 담고 있으며, 우리 집안의 고유한 가족 문화를 유지하여 자식들의 세대까지 발전시켜 나가라는 일종의 미래를 향한 비젼의 의미가 담겨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날 할 일을 생각할 때, 다음날 신문 1면에 그 일이 기사화되어 다른 사람들이 읽기를 원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워렌 버핏의 좌우명도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삶의 태도에 관한 일종의 그의 가훈이 아닐까 싶다. 그런 생각으로 어떤 일을 생각하면 아마도 우리는 같은 일이라도 이전과는 다르게, 새롭게 시도하게 될 것이 틀림없으니까...
한번 뿐인 귀중한 순간 순간인 인생이므로 항상 마음 속에 새기고 충실하게 주어진 시간을 살아갈 수 있는 일종의 삶의 기준인 가훈은 정말 필요하며, 내가 주례를 할 때마다 신혼부부들에게 신혼여행 중에 해야할 일로 항상 강조하여 권하는 부분이다.
내가 달리는 의사들과 함께 주최하는 소아암 환우돕기 서울 시민마라톤 대회에서는 가훈 써주기 봉사를 하곤 한다. 참가자들의 가훈을 대회 참가신청 때 함께 받아 유명 서예가에게 부탁하여 힘차고 멋있게 써서 대회 당일 본인에게 전달한다. 현장에서도 물론 원하는 사람들에게 직접 써주기도 한다.
연말 연시에는 훌륭한 계획을 세우거나 굳은 결심들을 하지만, 나태함이나 이기적 태도, 또는 두려움 등을 이유로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아주는 가족들의 공통된 좌우명 비슷한 가훈이 있어야 가족들이 각자의 삶에 더욱더 충실할 수 있고, 더욱더 만족할 만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오늘도 즐겁고 건강한 하루 만드시길 빕니다. 이동윤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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